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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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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15회 작성일 18-01-24 23:46

본문

공중에서 거친 매질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바람을 때리고,

바람이 바람을 피해 도망치는 소리,

 

생계는 잔바람이다.

쌀 떨어져 가는 아침 조차도

마지막 쌀알이 말을 줄이는 쌀대야 조차도

고만고만 넘어가는 파란이다

마지못한 볕에 웃기까지 하는

 

겨울에는 뛰지 않는다

땅을 덮고 겨울잠 자는 꿈들이 있어서

눈을 소복히 깔고 살금 살금 걷는다

솔잎은 빗기지 않아도 엉키지 않고

산은 기울어도 나무는 기울지 않고

벗었다고 움추리지 않는다

 

바람이 바람에게 맞아서 울고,

어린 바람들이 따라서 우는 소리,

피처럼 도망친 길을 알려주는 펄럭임들,

 

겨울에는 안간힘 쓰지 않는다

몇일째 공을 쳐도

압류 딱지 같은 해가 서산에 붙어도

한 잎만, 한 잎만,

담쟁이가 아무리 넝쿨손을 내밀어도

 

낙엽이 썩어가는 천막 자락 밑에

풀썩 쓰러진 바람이 의식을 잃어가고

한무리의 바람이 갈풀 잎을 안장처럼 굴리며

바람이 바람을 지나간다

 

 

개 밥을 주며 쭈그리고 앉아

개가 그릇 바닥의 햇살을 핥을 때까지 지키다가

삭정이 가지로 새똥 그림을 그리다가

겨울에는,

몸도 마음도 굳이 일으켜 세우지 마라

 

봄은 앉은뱅이 꽃부터 피우며 온다

 

 

 

 

 

 

 

 

 

 

 

댓글목록

은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파에 거친 매질소리 요란한데
조곤조곤 솔솔 읽히는 겨울일기 몰래 읽고 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바람한테 매타작 당하지 않게 꼭꼭 여미고 다니세요^_^

공덕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열리지 않는다

잔잔하고 차분한 목소리 속에 숨은 화력..

사실 저에게 부족한 미덕이라 늘 부럽습니다.

그래요. 정말 춥네요.

이곳은 따뜻해서 겨울 바람에서 봄 바람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어제 오늘은 좀 하네요.
옛날 구십아홉에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께서 늘 말씀 하셨어요.

없는 걱정이 제일 작은 걱정이라고요.
없는, 돈이 없는을, 없는 돈이라고, 아예 돈을 빼버리고는
없는 걱정이라고 하시더군요.
돈 없는 걱정은 없는 걱정이다 이렇게도 들리더군

뭔가 말을 건내고 싶은데 피곤하니까 수습불가...
감사합니다. 깊은 잠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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