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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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후프를 돌린다
예수님과 성자들의 머리 위에 있던 원광,
바닥으로 떨어졌던 원광이 허리를 맴돈다
골반이 성스럽다
배꼽이 성스럽다
옆구리가 성스럽다
머리에서 아랫도리로 거처를 옮기며
고요를 잊어버린 성스러움이
용두질하는 손처럼 원광을 받든다
성모의 가르마를 잃어버린 원광이
엉덩이의 골을 맴돌며 성스럽다
성자의 가시관을 잃어버린 원광이
음모 위를 맴돌며 성스럽다
천사의 이마를 잃어버린 원광이
뱃살에 수백번 성호를 그으며 성스럽다
성화의 유서 깊은 어스럼을 잃어버린 원광이
빙글빙글 현깃증을 앓으며 비틀거린다
등푸른 행성 위로 원광이 떨어진다
억만년 자전궤도를 원광으로 두른 발밑이 성스럽다
허리를 구부리고 훌라후프를 집는 손이 성스럽다
훌라후프가 비스듬히 기댄 벽이 성스럽다
니 조시다
벽에 비뚤비뚤 그려진 욕설이 성스럽다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성스러운 전율이 스쳐갑니다
이제부턴 훌라우프를 돌리며 성스럽다를
외치며 성스러움을 받들며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더 잘될 듯
시 정말 인상적으로 꽂히네요
감사히 잘 느끼고 갑니다^^
공덕수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 합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제가 멍 때리며 걷다가 전봇대에 부딪히듯 재수 없게
시를 쓰게 되어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이
"엄마 아빠 타령 하지 말 것,
지하도 에 앉은 거지에 관해 쓰지 말 것,
순수한 체, 고고한 체 하지 말 것,
괜히 돈 간장 뿌려대지 말 것"
그런데 쓰다보니 제가 하지 말 것이라고
결심했던 시들을 자꾸 쓰게 되더라구요.
이시는 옛날에 썼던 것인데 제가 하지
말 것이라고 했던 모든 것들을 하지 않은
약속 잘 지킨 시라서 한번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동네 벽이나, 화장실 벽에 그려진
저런 낙서들이 원시인들의 벽화처럼
신성하게 느껴집니다. 페이소스에 젖어서
장 냄새 풍기는 시들이 가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따뜻한 시도 좋지만
인간이란 변온 동물보다 더 다양한
체온을 지닌 동물 인 것 같습니다.
열대야에선 옆에 누운 사람이
여름에 지펴 놓은 난로보다 더
덥고, 겨울엔 호주머니에서 갓
빼낸 손이, 그야말로 손난로 같습니다.
사람이 가지는 모든 체온을
쓰보고 싶습니다. 주고 받는
카톡의 길이를 보면 누가 누굴
더 사랑하는지 안다고들 합니다.
짧은 댓글, 긴 답글을 보면
제가 시인님들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건강하십시요.
샤프림님의 댓글
훌라우프 돌리는 사람들은 많은데
성스러움이 없는 건
왜일까요?
원광이라 나서는 원들이 많아서...
시인님의 시는
수맥을 잘못 짚어 샘을 파면 한사발의 물을 긷는 것도 어려운데
인위적으로 샘을 판게 아니라
수맥에 물이 넘쳐 저절로 터져나오는 느낌입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훌라호프를 돌리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몸을 위한 수고인데
그 순간에는 몸이 영혼인 것 같습니다.
어쩜 영혼의 덩어리가 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괜히 성스럽네요.
성스러우면 어떻고 상스러우면 어때요?
동정녀가 신의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유치한 것 같아요.
길거리의 개처럼 상 붙어서 태어나는 것과
구분되고 싶은 의지가 아상에 대한 인간적인 집착 같습니다.
우주가 신성한 공간이라면
그안에 담긴 그 무엇이라도 다 그럴것 같습니다.
횡설수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군요.
맛 나는 것 잡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