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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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내가 아는 가까운 섬과 섬에게
등대같은 문자 보내도 메아리도 없는 날
헐렁한 등산화끈 조여매고 겨울산을 오른다
낙엽 내음 은은한 숲에는
겨울나무 잎맥마다 두레박소리 요란하고
산 오르는 나도 숨찬 피돌기가 시작된다
구멍 숭숭한 나무에 수직으로 붙은
딱다구리가 날카로운 부리로 나무를 쪼고 있다
작은 굴참나무에서는
발걸음소리에도 날아가 버린다
곧고 단단한 참나무는 쪼지도 못하면서
속 썩고 어리숙한 나무만 콕콕 쫀는다
어리숙한 신입사원에게 근지러운 부리
함부로 쿡쿡 쪼아대던 누군가 생각난다
구부정한 산길을 걷다가
큰 갈참나무 마른가지에서
먹잇감을 찾았는지 본능적으로 부리로 못질한다
헐렁한 참나무 우듬지가 아프겠다
낮은 곳에서는 인기척에 날아가더만
높은 나무에서는 워이워이 소리를 질러도
들은 척 놀란 척도 안한다
새조차 나를 쪼다로 보는지
돌멩이를 찾아도 삭정이와 낙엽 뿐이다
허공을 향해 종주먹만 날리고
내려오는 길이 헛헛하다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아름다운 겨울산!
시의 내용처럼 그런 겨울산 한 번 오르고 싶습니다.
정갈한 내용에 군침이 달라붙는 명시 입니다
주말 평안을 빕니다.
은린님의 댓글의 댓글
어제 아침에 가까운 야산에 다녀온 일기같은 단상입니다
맛깔스런 시로 숙성해 보겠습니다
자주 그 산을 찾을 것 같네요~~^^
후한 흔적 감사해요
문정완님의 댓글
2연과 3연의 내용 일부가 중첩이 된 느낌. 초고이겠지만.
가끔 쪼다로 사는 것도 좋습니다 ㅎ
주말 즐겁게 상쾌하게요.
잘 읽었습니다 이번 처럼 긴 호흡은 처음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