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3] 눈이 오는 날, 우리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눈이 오는 날, 우리는
겨울의 눈(眼)이 눈(雪)을 바라본다.
소망어린 눈이 새 하얗게 쌓이는 눈을
감추어지지 않는 몸은 두려운 추위를
기억하지 않으려고 옷을 입었다
하지만, 누더기 -
그 끈질긴
피부의 껍질은 눈 속에서
하얗게 터진다
마른 나뭇가지여, 차라리
벌거숭이의 내 영혼이 되려무나
네 앞에서
이 모진 생명의 눈초리를 환하게 씻고서
몽땅 죽어 없어진 불꽃이 남긴,
회랑(回廊) 같은 추억의 반짝임을
조금씩 회상하여 보자꾸나
오늘이 죽어,
내일로 밝는다
하얀 침묵으로
간직한
따뜻한 핏줄 속에
우리의 기나긴 순례(巡禮)를 묻어,
마침표를 찍는 것처럼
올 겨울엔
정말,
소담스러운 눈이 와야겠구나
이 싸늘한 땅 위에
우리의 가슴 떨리는 사랑을,
정직한 발자욱으로 남기려면은
- 안희선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빈 가지에 내리는 눈은
자꾸만 생의 뒤란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순례의 마침표라 하시지만
그건 또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요즈음의 세태는
생활의 편리함만을 강조해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은 눈 내리는 걸 그다지 반기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허랑한 심사를 눈을 빌어 풀어보았지만
순례는 커녕, 이도 저도 아닌
함량미달의 백설부가 된 느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