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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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와 아이들이 건너는 사막에서도
사그락 사그락 종잇장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목동이 피리 소리를 멈추면 길을 잃던
순한 태양을 번제로 잡는 저녁이면
강가에 길게 엎드려 피 닦은 구름을 씻는
늙은 갈대들의 흰 등이 저물도록 들썩였다
그래서 종이에선 육체에서 벗겨지는
산 짐승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가?
내일이라는 종교를 버리던 밤,
수녀를 범하듯 오늘을 무더운 육신 밑에 깔았다
순교는 의지보다 혈통에 가까운 병력,
순간 순간 너를 찢어서 흐르는 피로 순례하는
이 생이 성지라, 나 자(自) 신(神)을 향해
찢어진 종이의 파면을 긴긴 제문처럼 읽으며
산 제사를 올린다.
댓글목록
하올로님의 댓글
1연에서 2연으로 넘어가는 '삶이라 적으면'의 연결고리가...영 걸립니다.
그래서 1연과 2연의 결이 다르게 읽히고요
3연 전체가 님의 내공 깊이로 보나 1,2연의 아름다움으로 보나...
파탄으로 보이고요.....
'간이 너무 센' 부분들, 예를 들면 2연의 '피비린내' 3연의 '피로 순레하는'
'제문처럼 읽으며/ 산 제사'의 중첩 등도 읽는데 불편했습니다.
저엔겐 1연과 2연의 4행까지 아름다웠습니다.
2연 4행을 기점으로 전반부(2연 8행 포함)와 후반부는 그 품격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솔직한 감상이 도움이 되기도 하여서...
'가슴에 쌍봉이 달린 직립의 낙타'에서는 눈이 화등잔만해졌습니다.
이렇게 시크하게 아름다운 구절이 너무 외로워 보여서....몇 자 적었습니다.
............건필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