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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함.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허밍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882회 작성일 25-04-13 15:50

본문

 

포근함

 

 

오늘도 그는 내 지갑속 현금을 모두 가지고 사라졌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의 뒷모습은

익숙한 자전거를 타는 오후 4시의 그늘진 모습이다.

베란다 창으로 비추는 내 왼쪽 그림자는

빈 지갑처럼 배고픔으로 냉장고 앞을 서성거린다.

흐느끼듯 번져가는 시계 초침이 낭비되는 3차원들을

제 정비하듯 바삐 움직이다가 초침 소리로만

외면하는 나의 뒷모습을 이 모든 게 판타지가 아님을

날카롭게 찔러댄다.

 

눅눅한 공허만 주워 담는 빈 소주병 안을 들여다본다.

저 멀리 말라버린 바다에 빠진 나의 피곤한 눈빛이 나를 올려다본다.

그것들을 뚜껑으로 다시 가두고 모아놓고 버린 시간들이

거울 속의 내 빛바랜 눈빛속에서 찡그리며

나를 바라다보고 있다.

 

어둠을 헤집고 그가 다시 돌아왔다.

세상의 어느 한곳으로부터 잔뜩 취한 채 드러누운

그에게 슬픈 미소처럼 다가가 그를 내려다 보았다.

10시처럼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나는 부패해가며 스멀스멀 일어나는 시체벌레처럼

그의 목을 졸랐다.

 

발버둥치는 실핏줄이 가득한 그의 눈빛 깊숙한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포근함이 만발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윗글 나무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우짜든지 자주 시마을에서
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깊고 푸른 시,
자주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포근한 나날들 되시길.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을  뗄 수 없는  시였습니다.
곳곳에 표현도 좋고,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허밍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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