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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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의 흔적/ 장 승규
새벽 5시 5초 전
아라비카 콩을 갈다가
커피콩에게 커피향을 맡인다
오래 밀봉 당한 커피콩이 비틀거리다가
고향길에서 혼절한다, 모기처럼
에티오피아, 그 산간고원
한 가지에 몽글몽글 참새처럼 앉았던 형제들
모두 도회로 나가고
산 등에 양철지붕들
갯바위 따개비처럼 필사적으로 붙어있는데
옛집은 흔적만 남겼다
그 부엌쯤에서 부르는 소리
밥 먹어라. 학교 가야지
그래, 저 소리 끝에 엄니가 붙어있다
불러도 버티면
답답한 엄니가 흔적에서 떨어져 나올 거다
버-티-지-마-라
산 것들은 살아야지
부엌 부엉이도
혼절까지 하는 커피콩의 위험한 심중이 짚이나보다
다섯 번을 같은 자리에 나와 앉아서
찬물 끼얹듯 운다
새벽 다섯 시에 혼절에서 깨어나는
오래 밀봉된 영혼
아라비카 콩의 진한 향
댓글목록
이명윤님의 댓글
늘 답답한 쪽은 어머니였죠,..
그리움이 아프게 배인 시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토왕성 폭포처럼 요즘 희디흰 물줄기를
마구 낙하시킵니다. 메마른 화분이 화수분 되도록
긴 두레박으로 퍼 올린 참물들 쏟아 부우시는 듯.
먼 이국이 순식간에 날아와
모국어가 씽씽하게 살아 있어,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 엄니 보내고 몇 년 우울한 적 있는데
저는 관념적인 효자였는데
'엄니의 흔적'
이 말이 메아리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