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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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죽었네
스스로 꽃의 문신 위로 뛰어 내렸네
자태가 저리도 고운아이
미소는 가슴에 번진 철쭉꽃 문신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
청중과 함께하며 부르던 한 젊고 양양한 가수가 죽었네
그 푸석한 갈탄 한 움큼 움켜쥐고
아이는 저 세상으로 떠나버렸네
아이는 저승길에서 이승에서 못다 부른 노래를 부르리
목울대가 찢어져라 피 맺힌 노래를 부르리
확성기를 뺏어들고 노래 부르리
이윽코 조명은 꺼지고 반주도 끝난
텅 빈 어두운 무대 위에서
그는 생각하리
저승에서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하여...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으리
어깨에 동여맨 멜빵을 풀어 던지리
이승과 영원히 작별하리
새로운 천지에는 발밑에 구르는 것이 하얀빛 구름이리
아니면 짙푸른 바다이리
그 곳에서 그는 보고 싶은 누나의 이름을 부르리
찬 볼을 부비며 마지막 작별의 노래를 부르리
가사를 개작하여 부르리
이제는 누나가 나를 기다리리
나 이제 누나를 기다리지 않으리
그리고 헤어지리
만학천봉의 산촌 카페에서 와인 한잔 마시며
지나가는 순례자들과 서툰 수인사를 나누리
추억의 붉은 와인이 흐르는 시냇가를 걸으리
걸으면서 다정했던 옛 동료들과 함께 부르던
낯익은 노래들을 나지막히 읊조려보리
그들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불러보리
홀로 걷는 이 낯선 길 위에서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을 불러 보리
그리고 잠들리라 수미산 자락에서
깊은 잠을 청하리
아침이 되면 햇살과 함께 떠나리
이제는 햇살이 더 이상 내 심장의 무게가 되지는 않으리라
나를 인도해 줄 새로운 인도자가 되리라
나는 수미산의 정기를 받아 다시 태어나리라
도열한 전나무에는 흰 눈꽃송이가 팔뚝만한 억센 가지를 이끌고
다시 태어나는 제 2의 고향으로 나를 인도하리
나 다시는 풍진 가득한 이 작은 땅에는 태어나지 않으리
다정한 식구들과 오순도순 둘러 앉아 가슴에 핀 꽃정을 나누고
낮이면 개울가에 나가 물놀이하며
하루 종일 헤매어도 지치지 않는
두메산골 낯선 오두막집에 나 다시 태어나리
도회지와는 완전히 단절된 몰상식과도 철저히 단절된
나는 이름 모르는 두메산골에서
하루의 해와 하루의 달과 하루의 솔바람과 다정히 지내다가
나 다시 이 먼 고향 땅으로 돌아 오리라
내 생애의 향년이 다 끝나는 날에 이 수미산으로...
돌아 와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계획하리
그러나 나 다시 이 땅 서울에는 영영 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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