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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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장 승규
건너편 숲에
백설이 수묵화를 치고 있다
쓰윽쓱 지나가던 백설의 붓이
한 곳에 자꾸 덧칠을 한다
폭설이다
숲속 공터에
칼날처럼 마음에 날을 세우고 사는
외솔 한 그루
나날이 외고집 뿌리가 깊어 갔다
너 없이도 산다며
서운하다고 늙은 것 자르고
무례하다고 젊은 것 자르고
가까운 것부터 잘려나갔다
그때부터 흉터처럼 검은 공터가 생겨나고
고집이 깊어 갈수록
더 넓게 숲을 잘라 먹었다
그 검은 흉터 위에
백설은 아직도 연신 덧칠이다
영문도 모르고
덧칠 속 화폭을 가로지르다가
폭설을 뒤집어쓰는
까치 한 쌍
외솔이 제 슬픈 가지를 선뜻 내어준다
덧칠이 금방 멎고
하얀 공터에 고운 영상시가 뜬다
외솔은 시의 배경이 되었고
이제 화폭 한켠에
붉은 낙관이 선명하게 찍힌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먼 시공을 건너온 시가,
한밤에 쓰는 일기처럼 함박함박 쌓였네요.
요즘 몇년치 한꺼번에 쓰시는 듯
폭설입니다.
장남제님의 댓글
ㅎㅎ
그렇네요.
그 폭설, 또 멈추겠지요 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