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해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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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한해의 끝에서 / 안희선
흐르는 세월에 내몰리듯 그렇게 떠밀려 살다보니,
횅하니 벽에 남은 달력 한 장이 외롭습니다
한해의 끝에서 그 달력을 걷어낼 때마다,
내 안에서 부서지는 나의 소리를 듣습니다
감당하지 못했던 나날들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차가운 살 속 깊이 파고 듭니다
창 밖을 보니, 마지막 이파리를 벗고
겨울을 입은 나무들이 외롭지만 의연한 모습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슬픔 같은 것이
잠시 눈동자에 어리다가 이내 흔들립니다
왠지 고독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향기가 되고 싶은 매혹적인 우울함이
텅 빈 가슴에 차오릅니다
그러나, 이 겨울은 낯설기만 합니다
지난 가을의 길목에서 돋아난 그리움이
한껏 부풀어,
낙엽도 아닌 것이 가슴 위에 아직도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이 겨울은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렇게 저 홀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럴땐, 정말 누군가의 전부가 되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쓸쓸함을 배웠던 날처럼,
지워지는 한 해의 끝이
눈 앞에서 하염없이 흔들립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헛헛함으로 쓰러질 것 같은 날......
그리움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내 안에서 조용히 불러봅니다
비록, 낯선 바람에
한없이 흔들리는 빈 몸이더라도
이제사 겨울로 떠나는 나의 계절이
차갑지 않기 위해
작은 불씨 하나 그렇게 가슴에 지피렵니다
Auld Lang Syne
Happy new year 2018. Everyone!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하루는 늘어져도 한 해는 쉬이 저무는것 같습니다.
정말로 한해가 빨리 갔군요.
신병은 좀 어떠신지요?
날씨가 이곳은 영하의 기온으로 매일매일 내려가고 있습니다.
안시인님 계신곳은 어떠 한지요?
엊그제 시마을 송년회에서 멀리 계신 안 시인님 안부를 걱정하고 그랬습니다.
늘, 시마을에 불쏘시게를 짚혀주시는 안 시인님의 글을 보며 저도 작은 불씨, 모닥그려서 힘을 내려합니다.
저는 이젠 건강이 회복단계라서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의지의 날개를 접지 마시고 좋은 날들 저어 가시길 기원드립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네,
시마을 송년행사는 잘 치루어졌는지..
저는 그저 마음만 함께 합니다
이곳은 Calgary의 혹독한 겨울답지 않게 영하 10도 정도의 날씨입니다
눈은 예년에 비해 그다지 많이 내리지는 않는군요
그래도, 한 번 내렸다 하면 20~30cm..
눈 치우는 일이 그 무슨 거룩한 일처럼 되었습니다 (웃음)
건강이 많이 호전되셨다고 하니,
그 무엇보다 다행한 일입니다
늘, 최 시인님의 강인한 투병 의지에서
많은 걸 배우고 저 자신 용기로 삼습니다
이제, 다사다난했던 2017년도 아듀를 고하려고 하네요
다가오는 2018년은 정말 우리 모두에게
좋은 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머물러 주심에
고마운 마음을 먼 곳에서 전합니다
늘, 강녕하소서
활연님의 댓글
냉골의 방고래에서도 처연하게 묻어나는 온기 같습니다.
쓸쓸하게 읽다가
'작은 불씨'에 확 데이겠습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밤마다 기원 祈願의 끝가지에 앉아
허망 虛妄의 날개를 파닥이고 있는 새 한 마리
창문을 닫아도, 그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고...
아래, 시인님의 시 <그러므로 새들은 날아간다>를 읽다가
그런 느낌도 들었는데
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도
이 불민 不敏하기 짝이 없는 저라는 물건은 마찬가지입니다 (웃음)
아무튼, 다가오는 새해엔
영구 (바보 영구 아님) 귀국하고
보고픈 문우님들도
뵈면 합니다
작은 불씨는 1 럭스 정도의 밝기에 온기도 미미하겠지만
아주 캄캄한 추위보단 낫겠지요 (ㄸ, 웃음)
부족한 넋두리인데..
자리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