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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768회 작성일 17-12-06 12:23

본문

무제



                    문정완



공중의 습자지,

유약을 칠한 저물녘엔 한번 죽었다 살아난 여자의 얼굴처럼 가을이 걸려있다

바람의 허기가 위벽에 붙은 저녁은 또 쓸쓸하겠다 해안선엔 비행술을 잃은
죽은 새의 얼굴이 찍혀있다 먼 허공의 기슭을 돌아온
바람의 표정은 죽은 자의 시체를 핥고 지나온 듯 냄새가
검거나 비릿하다 

어느 헐거운 것들이 바람의 유적을 노래하나
집을 떠나온 행려자 숨골에서 노을의 핏줄이
형광처럼 번진다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들이 음계가 없는
악보 속을 저어간다 텅빈 음악들

바람을 펄펄 주전자에 끓인다면
쇳물처럼 주물에 부을 수 있을까요 목관악기에 휘슬을 달아주세요
둥근 사과의 각도는 몇 번째 그늘을 잘라내고 몇 번째 햇볕에서
각도의 비율을 찾았을까요

젖어 있는 것들에겐 코팅된 그늘이 접혀있다는 가설,
그 가설의 사전에는 햇빛을 숙주로 삼고 번식한다고 기록되어있다

이번 생은 몇 도의 고온에서 구워져야 정규직일까
텅스텐으로 제조된 그릇처럼 녹 없이 살면 안되겠나
가라앉은 것들에겐 부풀어 오르고 싶은 저항이 있다 이쯤에서 폭설주의보가 내린다

빙하의 날짜에는 짠맛이 산다  
바람의 계절에는 누구나 흔들린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


실연의 질료는 가끔씩 끄집어내어 보는 것이므로
연두색을 칠해라고 권장한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판에 긁어 활자가 일어선 듯한데
벼른 날도 번뜩이고 아슴한 서정도,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살(煞)도 보입니다. 한밤
잠을 하얗게 태우고 새벽녘
무심코 떨어지는 하늘이 눈 똥 하나처럼
가슴에 흰 금 긋는 시.
그늘에서 발색한 환한 지,경지를 읽었습니다.

문정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판에 긁어 활자를 일으켜 세울 철붓은 아직 요원하고
한때 시가 열정이고 아지랭이 같았는데 산다는 시간 속에서
먼 곳에 두고 있습니다
어쩌면 시는 이  생에서 나를 반추하는 사건만으로도 충분하리 이리 생각하는
세월입니다

창방에서 우리 댓글 남기는 것 참 오랫만인 것 같습니다

긴 겨울 밤 옆이 따뜻하길 바랍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이 12물, 만조 수위가 소젖 넘치듯 하니 귀한 발걸음도 보입니다.
덕분에 창방이 토영 장날 같습니다.
살림이야 아무리 공가도 끝이 없으니 자주 운율을 희롱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올 남은 자투리도 단디 재봉하시길.😉

잡초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잡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쓰는것은 타고나야 하는것 같습니다
저도 잘 써보려 노력하지만 안타깝습니다
실패한 언어에 질 좋은 질료로 연두색을 칠하면
과연 저도 쬐끔은 좋아질련지 모르겠습니다
문정완님도 봄날 같은 겨울이 되시길 바랍니다 ^^

문정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찹초님 답글이 늦었습니다
허리 다친 곳은 좀 괜찮습니까
오늘은 밑에 지방은 하늘이 참 가을 하늘처럼 높고 푸릅니다
잡초님 시도 좋습니다
늘 부족하다 느끼면서 시를 쓰면 더 많은 노력을 하겠지요
좋은 시인님이 되실겁니다

하루 속히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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