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푸른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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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푸른 별
박찬일
영등포 역에서 나와
대다수의 사람이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려 할 때
슬며시 왼편으로 돌아서 보라.
푸른 미나리 밭에서 썽둥대며 잘려나와,
이제는 때묻은 갯흙에 버무려져 버린채
옹색해져 버린 누런 떡잎의 군집들 만나보라.
열두시와 오후 여섯시.
무료 급식소 앞에
묵은 짚으로 꼬아낸 새끼줄인양
남루한 긴 줄의 늘어선 엄장한 시간.
배식판 위, 삶을 꾹꾹 눌러 달구질하는 수저질 속에서,
가로누워 꼬리로만 헤엄쳐온 물고기를 만나고 ,
좌판대에 길게 누운 풀어진 힌자 뿐인 생선의 눈빛과
끝물 시금치의 된서리맞은 모습이거나
깍두기 국물 속에서 붉게 버무려진 시든 떡 잎들 내쉬는 한 숨을 귀 담아 보라.
머리통을 미용사들에게 들이민채
다듬지 못한 푸들의 털들이 잘려져 나가면
본연의 장엄한 빛으로 잠시 깨어나
그간 닦은 깨달음을 잠시 경청할 수 있을테니.
여기 이 가난한 깨달음의 성자를
거두어 먹게하고 잠 들게하고 발 씻어 쉬게하는 이
병을 거두고 머리를 깍아주는 이들의
수고로움도 보고 말테니.
11월 거친 땅에도 푸른 별은 뜰테니.
2017.11.27.
댓글목록
kgs7158님의 댓글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날은 아득타 기약이없네
무어라맘과맘은 맺지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가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하는가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kgs7158님 발길에 감사 드려요.
쉼터에 사는 사람들 인생 -낙오자들이라 표하지만,
끈을 놓거나,끊겨버린 군상이 거기서 누군가를 보며 희망을 다시 얻기도 하지요.
밀착해 관찰하기에는 아픈 사연이 너무 많아 차마 다 적지는 못하겠네요.
암튼 삶에 무엇이 바로서야,또는 바로 세워줘야 하는지가 분명한 순간이라봅니다.
국가와 사회는 단 한번이 아니라 열번이라도 실패를 딛고 일어설 모든 이에게 손잡아주는「생애주기별 전 사회 재기과정 정규화 시스템」을 좀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과 저들 우리의 낙오한 구성원들에게 삶을 바로 세워야할 「생애주기별 재활희망교육」이 꼭 함께해야 한다는 현실이 기다린다는 것이겠지요. 고맙습니다.(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