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의 새옹지마(塞翁之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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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의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영균
날이 얼었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지나가는 발소리에 찬 공기가
바작바작 부서집니다
그 틈에 적막이 부스스 잠을 깹니다
사람들의 출근길은 분주하지만 얼어붙은 몸은 좀 채 녹질 않습니다
잠을 깨지만 지느러미가 녹지 않아 자꾸 눈이 감깁니다
주인도 아직 출근 전인데 오늘 누구의 횟감이 될 거라니
더욱 바쁠 게 없습니다
햇살이 수족관을 비출 때까지는 미동도 하지 않을 겁니다
몸뚱이가 회 쳐지기 전에 눈을 감고 싶습니다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햇빛을 던져 잠을 헤쳐보지만,
꼼짝하지 않을 겁니다
생각에 잠겨 먼저 떠난 동료들을 애도하며
제 처지를 돌아볼 기회니 말입니다
파도치는 바다를 한 바꿔 도는 생각을 해보면
거칠어 두렵기는 해도 자유로워 좋습니다
돌아갈 어제는 다 지나갔습니다
큰소리로 지나간 것들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날들의 끝이 눈앞에 은은합니다
가만히 서 있으니 오늘이 오늘인지
어제도 같아 지느러미를 녹여봅니다
그럴 리 만무하지만 내가 회 쳐지고 나면 누가 날 기억해 줄까요
넓은 바다에서의 무수한 날들을 생각합니다
식도락들이 내 이름에서 살점들을 맛으로 기억할까요?
어디에 어떤 형태로 저장될까요?
나는 머리에 뼈와 지느러미만 남은 채
물속을 활강하리라 기억에 적습니다
햇볕에 은회색 비늘이 금빛(금빛)으로
부상하고 있으니까요
댓글목록
이영균님의 댓글
한 해를 돌아보면
활어 처럼 삶이 회 쳐진 것 같이
나는 머리에 뼈와 지느러미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