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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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 정건우
진앙 한복판 11층에서
나는 흔들리고
속절없이 털리는 동안 나는
내가 허깨비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떨어져 나뒹구는 콘크리트
안쪽의 동공처럼
통째로 드러난 나의 내부 구조
살고 싶으면 튀어, 점잔 빼다가 뒤져
어찌하면 되느냐며 미적대는
내 등짝을 후려갈기며
총각무 썰듯이 아내는 단호했다
절박함이라는 게
이토록 단순함과 명쾌함과 무지막지함을
한자리에 깔고 앉아 있었을 줄이야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녀는
여태껏 본 적 없는 뒷모습으로
계단을 휩쓸고 사라졌다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뭉그적거렸다.
댓글목록
호월 안행덕님의 댓글
정건우 시인님 반갑습니다
포항 가까운 곳이라며 모두 놀라 혼비 백산일것 같습니다
이렇게 여유로히 표현하시니 대단하십니다.
더는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