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6> 해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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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
성영희
푸른 수면(水面)에 행성 몇 개 떠있다
풀 한 포기 바위 한 덩이 없지만
한사람 필사적으로 매달려 살기엔 맞춤한
물위의 별들
우주 밖을 유영하는 탐사선처럼
무중력을 수리 중이다
나잠어법엔 숨 참는 기술이 우주복이다
아가미를 빌려 발굴하는 별의 잔해들
외계생명체 같기도 하고 무슨 혹 같기도 한
시원한 맛의 시원(始原)이 작은 분화구에서
촉수를 뻐끔거리고 있다
빗창 하나로 수중 텃밭을 다 일궈도
해녀들이 들어간 바다는 감쪽같이 오리발을 내민다
대기 밖을 떠돌다가도
어획이 풀리면 다시 둥둥 떠오르는 별들
여자 팔자 뒤웅박이라지만 물속처럼 참고 살다보면
태왁 없이도 달뜨는 날 있을 거라고
포말로 뱉어 놓은 새하얀 숨비소리
해녀들은 시집 갈 때
수심도 함께 데리고 간다
납덩이같은 중력에 이끌려
젖은 채로 피고 젖은 채로 늙는다
입어관행(入漁慣行)다툼도 없이
각자의 행성을 등에 지고 걸어가는
구부정한 해녀들
축축한 물 자국을 따라가면
으슬으슬 춥던 수다들이 왁자지껄 마르는
불턱*이 있다
*이전 해녀들의 간이 휴게소, 지금은 탈의장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제주 해녀에 대해서 연구 많이 하셨네요
태왁은 어느새 스티로폼 신식이고
잠수복이며 오리발은 패션이지요
불턱은 전설 같은 곳이지만...
문득 옛 해녀들이 그리워집니다
숨어서 엿보던 꼬마 사내의 향수랍니다
참고로 제 누나도 영희
ㅎㅎ
감사합니다
선재도님의 댓글
좋은시를 만나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터모일님의 댓글
정형시?이면서 내용과 표현, 비유가 잘 조합되었고,
조합에 맞게 대입된 문구나 단어들이 잘 융합되어,
명작이라 불릴만 합니다.
좋은 시 잘 보았습니다.
명작의 요건이 갖추어야 할 정형적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확인하는 표본으로써
손색없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