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마귀 제삿날 /秋影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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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마귀 제삿날 /秋影塔
사랑했다고 말하기 미안하고 거북하다
사랑이 있었다고 말하기 난처하다
뼈째 사라진 사랑 하나, 그녀가 서럽게 운다
어동육서라 했으니 칼칼하게 씻은
제기에 작년 그날의 ‘미각’을 육대신 왼쪽에
올리고 명태는 오른쪽으로 밀어놓는 암사마귀
오늘이 작년 이맘때 실종된 수사마귀
가기일假忌日이란다
남의 제사에 초대받아, 술 한 잔 얻어먹자니
나마저 미로에 갇힌다
뼈 붙은 사랑에서 흔적 없는 그림자를
태운 캐딜락 한 대 떠난지 일 년여인데
그의 행방은 그녀의 입속에서 함구 중이다
다시 만나도 또 그녀를 사랑하겠다는
그 수사마귀, 제사상 앞에 영혼으로 앉아
술만 퍼 마시는데, 향내에 촛불 타는 밤
상 앞에 다소곳이 꿇어앉은 배불뚝이 암사마귀
하얀 상복 입고 분칠한 세모진 얼굴 쳐들고
철철 넘치는 퇴주잔 홀짝이며 그를 추억하네
댓글목록
김 인수님의 댓글
어느 누구의 아픈 기억을 한올 한올 풀어놓은듯합니다.
생이란 어찌그리 난제들이 많은지
그 낭떠러지는 뭐할려고 만들어 놓고 누구나 그 구멍속으로 가야하는 애잔함이 있지요
맛깔스럽게 버물러 놓으신 문장
달콤한 살점 몇점 맛보고 갑니다
늘 문의 지경을 넓히신 시상에 감동으로 머믈다갑니다
추영탑 시인 님
추영탑님의 댓글
고분하신 칭찬에 겸연쩍어집니다.
작년 이맘때 사랑하면서 수컷을 잡아먹는 암사마귀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어서 그 후속으로 이런 글을
올려봤는데 별루입니다.
좋게 읽어주시고 너그러운 평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인수 시인님. 늘 평안하시고 건필하십시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