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에 불을 붙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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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대에 불을 붙이던 날
(1)
가을바람 겨드랑에 살랑살랑
억새꽃처럼 능선을 타고
구름처럼 흘러가고 싶은 꿈
아니면 빨간 단풍으로 가을 하늘
황홀한 불꽃처럼 수놓고 싶었지
사계절 푸름 아쉬워 외로웠을까
절벽 위에 독야청청 노송하나
휘영청 보름달에 빠지는 순간
나는 술잔에 넘치는 달을 보고 싶었지
오늘은 삼수갑산 떠날 준비
그래! 딱 하루만 마셔보자
안개처럼 모락모락 피어나는 술기운
저 먼 히말라야 만년설도 넘을지니
에헤야! 마시자 친구들아
그렇게 시작한 낮술 어느새 한도 초과
밤이 깊어도 끝날 줄 모르고
술독마다 갈증에 몸살이 나도록
돛대에 뜨거운 불을 지피던
(2)
온종일 퍼마신 술은 고주망태
화장실에 앉아 일을 본다
어두운 불빛 아래 한참을
취한 눈 몽롱한 채 시계에 눈을
지금 몇 시나 됐을까?
그 순간 눈이 번쩍, 시간도 초과
앉은 채 망연히 고개를 떨구며
지금껏 지내온 세월 속에
자신이 일구어 온 것이 무언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든다
아! 왜 이렇게 살았나
저승에 계신 부모님 음성이
어둠을 뚫고 귓속에 꽂힌다
몸을 비틀며 술자리에 돌아와
막 꿈에 깨어난 사람처럼,
슬슬 나가봐야겠어, 그리고
어두운 도심에 요란한 빛 일순!
갑자기 가족이 목을 끌어안으며
아버지 안돼! 왜 이리 늦었어
마구잡이 앙탈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다행히 가벼운,
술이 너무 과했다
밤 자정이 넘어선 시간
늦가을 바람 귀밑머리 만져주고
가로등도 근심 어린 눈빛!
방문을 열어보니
더 이 상 갈 수 없는
자신의 굴레가 거기에 펼쳐져 있었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돛대에 불을 지핀 시상이로군요
과음하셨던가 봅니다
그 어간에서 자신의 굴레가 비쳤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시> 라기 보다 재미있게 착상을 해보았습니다
감사 합니다 시인님!
정석촌님의 댓글
현실의 짙은 낭자함속에
언듯 다가선
앳된 일탈
필요할 수밖에 없는
작은
물방울 이겠죠
두무지님 시네마 압축입니다
석촌
두무지님의 댓글의 댓글
가끔은 누구나 현실을 일탈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마음으로 있을 법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긴 글에 좀 죄송함 마져 듭니다
귀한 발걸음 깊은 감사를 놓습니다
가내 평안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아무래도 술하고 전생에 무슨 원수진 일이? ㅎㅎ
요즘 들어서는 한 번 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마시면 두 잔, 권주가라도 나오면 석 잔.... ㅎㅎ
그 정도 입니다. 그런데 두무지님께서는 그리 많이는 안 드실 거
같은데 왠일로?
주의하셔야죠. ㅎㅎ 감사합니다. *^^
두무지님의 댓글
사실은 픽션 입니다. 재미로 써 보았습니다
가을 기분에 그래보면 어떨까 헛 것처럼
좀 날아보고 싶었습니다.
적당한 음주가 좋겠지요
어려운 발걸음 늘 감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