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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정동 단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740회 작성일 17-10-18 13:37

본문



십정동 단상  


 

산동네가 허물어지고 있다

포크레인 먼지가 뿌옇다

전동휠체어 타고 머플러 휘날리며 봉제공장으로 달리던

마흔에도 시집 못간 금순씨

모범이발소 활자가 큼직하게 박혀있는

수전증 걸린 금성이발관 이발사는 보이지 않고

괘종시계 비스듬히 누워있다

시간을 고르게 잘라 가지런히 빗었던

시계 바늘도 멈췄다

벧엘 교회, 철야 기도가 십자가까지 움켜쥐었던 담쟁이덩굴

이제는 환도뼈 부러진 야곱 절뚝거리고

빛바랜 자개농과 지우고 또 지웠을 화장대가

유물처럼 쌓여 있는

어느 잡부의 식은 배를 데웠을 우그러진 밥그릇들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축 재개발조합 설립> 끈 떨어진 현수막이 바람에 날리고

봉숭아 채송화 소담스럽게 피었던 언덕

조석으로 피고 졌던 웃음꽃을

송두리 채 집어삼키고 있다

지린내 풍길 때 마다 살그머니 눈감았던

회화나무 이파리가 붉다

 

댓글목록

육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육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개발 동네가 한창인 곳 앞에 제가 서 있는 모습을 봅니다.

시편을 읽으며 제가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참으로 축복 받는 일입니다.

마지막 행에서 회화나무 이파리가 붉다 라는 구절은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감상하는지

제 스스로 나를 엿볼 수 있는 극적이 장면 입니다.

김선근 시인님의 시편들은 한편 한편 정말 놓칠 수 없는

항상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침에 시를 쓰려고 십정동을 한바퀴 돌아 봤습니다
유리창이 깨진 금성이발소 앞에서 많은 생각을 했지요
지금은 보기 힘든 구식이발소 하루에 몇명이나 이발을했을까
아마 이발사를 그만 두지 않았을까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는 십정동
쥐꼬리만 한 보상비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런지
씁쓸한 마음이었지요
옳고 그름이 분명하신 육손님
부족한 시에 과찬을 주시어 부끄럽습니다
과연 시가 되기는 할까 
요즘은 시를 쓰기가 어렵고 올리기가 두렵기만 합니다
힘을 주시는 말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축! 재개발조합 설립

조합장에 출마합니다
옛날을 파괴하고 미래만 열고 싶은 후안무치입니다
꽃밭은 돈이 안 되고
집터만 돈이 되는세상을 만들겟습니다
한 표 부탁합니다

그러게요...

시사하는 바
천년대계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쿠 조합장 갑장님 출마하시면 흔쾌히 한표 찍어 드리겠습니다 ㅎ
산동네라 사람도 차도 헉헉거리는 十井洞 (열개의 우물)
그곳에서 새벽밥을 짓고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문짝이 뜯어진 포장마차에서는 막걸리로 타는 가슴을 달랬겠지요
고지대 성냥갑처럼 닥지닥지 붙은 집들을 포크레인이 마구 파헤치고 있었지요
거리는 덤프트럭 먼지로 자욱하고요 
깊은 속정과 가난의 애환이 서려있는 그곳을 둘러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시의 옹달샘이신 갑장님 
귀한 말씀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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