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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5] 나는 멍텅구리입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76회 작성일 17-10-11 01:01

본문

나는 멍텅구리입니다


뱃전 짧은 기도가 끝나자 납덩이가 죽음처럼 가라앉는
블랙홀에 투신한다.

청동 투구를 쓰고 쇠 신발 신은 것이 어느 행성에서 온 외계인 같다
50 킬로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무장한 장씨 바다 밑에서 사투를 벌린다 

귀때기가 나뭇잎 같았으므로

실바람에도 팔랑거렸다    
평생 바닥만 기어 다니는 멍텅구리, 축구공도 찌그러진다는 심해
사내의 숨소리가 파도보다 거칠다 

바다는 어머니의 자궁

탯줄에 신탁한 채 원시 같은 바닥을 훑는다
삐끗, 천근 신발이 벗겨지면 자라처럼 뒤집어진다

칠흑 어둠이 지느러미 치는 막장
갈고리로 박혀있는 흑금을 캔다  
바다의 배설물 같은 뻘은 기름진 옥토
가끔 영역을 수호하는 식인 상어가 톱날 같은 아가리로 출몰하지만
급한 물살에 너울거리는 명줄은 하늘에 달렸다  

태풍과 파도를 잠재운다는 오천항
새벽녘 장씨 채권자 쳐들어오는 뻐근한 압력에 저항하며

머구리배에 올라탄다

발바닥이 물방울처럼 될 거라며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해산물을 건져내는 해녀들의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바닷속을 거닐듯, 보물들을 캐오는 그녀들의 삶은 비록 힘들고 차가웠겠지만
옥토로 개간한 시간들은 가정을, 자녀를 그리고 손주까지 이어주는 행복이 있었음을 상기합니다.
그 고행을 시의 언어로 짜놓으신 그물에 걸렸다가 겨우 빠져 나갑니다. 선생님!!!

김선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평생 바닥을 더듬으며 보물을 찾는 사람들
어쩌면 바닥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지요
이종원 시인님 오랜만에 참 반갑습니다
요즘 통 시가 써지질 않아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시방이 살아야 시마을이 사는데 제가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시인님의 좋은 시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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