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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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갯벌
ㅡ 이 원 문 ㅡ
누구의 운명이 어느 사람과 같을까
나름대로의 생이 그렇고 그렇기에
내보이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온 이 운명이 아닌가
누가 알고 있을까 늘 불안 했던 인생
무엇으로도 감춰야 했던 삶이였기에
눈 감는 날까지 가지고 와야 했던 것이 아닌가
속이는 것이 아니라 감춰야 했던 운명
이제 부끄러움도 이 눈감어야 하는 마지막 운명 앞에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가 너무 힘들었어
그러기에 마지막으로 털어놓는 것이 아닌가
조카 한 사람이라도 이 마지막 운명을 쓰다듬어 달라고
조카야 나는 너의 아버지 동생이 아니란다
3 살때 누가 나를 갯벌에 버려 울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울고 있는 나를 업고와 키워 주었지
이 갯벌에 무엇을 잡으러 왔었는지
들어오는 밀물에 발견하여 데려와 키워 주었어
집안 식구 어른 몇 아무도 모를 일 늘 불안 했었지
호적에도 올려 주고 친딸 처럼 예쁘게 키워 주었어
그리고 이웃 동네로 시집 보내 주었고
시집으로 보낸 집이 술 주정뱅이인 줄 누가 알았겠니
그러던 어느 날 친정인 너의 집에 왔다 가는데
그때 날이 저물었었지 저문 날 산등성이 넘어가다
이 몸을 모르는 사람에게 빼앗겼단다 그 남자는 낫을 들었고
더럽혀진 이 몸 그것도 그렇지만
더 숨겨야 할 아이가 생겼지 그 아이가 바로
죽은 너의 고종사촌 그 형이었어 이 죄를 어떻게 다 말할까
고모부는 아이가 생겨났다 좋아 했고
술 주정 그 정신에도 아이 낳았다 좋아 했던 고모부
그 아이가 고모부 아이였나 다른 사람 아이였지
그 무렵 고모부는 술에 취에 들어오는 행길가 봇도랑에 빠져 죽고
다른 사람의 씨를 모르는 너의 고종 형도 주독에 걸려 그때 그렇게 갔어
짝지어온 며느리도 양잿물로 갔고 중간에 생겨난
아이도 내가 빈 젖 물려 키우다 폐렴으로 그냥 눈 감았지
이제 아무도 없는 이 늙은 몸 혼자 어떻게 살겠니
그래서 너의 골방으로 왔지 골방이면 어떠냐
어디 길 바닥에 내 앉는 것 보다 낳지
너의 스모 눈치보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추워도 더워도 마음이 편안 하니 괜찮구나
뭐 이런 몹쓸 팔자가 다 있다더냐
나도 며칠 못 갈것 같구나 암이라 하니 며칠 가겠니
조카야 이제 모두 털어놓으니 마음 편고 후련하구나
못 씻을 죄 알 수 없는 것이 팔자 운명이라 하더니
나를 두고 한말이 아닌가 싶구나
갯벌 갯것에 굴 따가지고 오던 길 그때 그 해당화꽃이
오늘 따라 더욱더 예쁘기만하구나 바람도 옛날 처럼 부는 것 같고
조카야 그동안 고맙고 뭐 부탁 하나 해도 되겠니 그렇게 해줘
나 죽거든 할아버지 산소 밑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렴
조카야 ~ 조카야 ~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어디 이런 기막힌 일이 있을까요. 무슨 한 권의 소설을 읽는것 같습니다. 작난같은 이런 일이 진실이라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저의 고모님의 마지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