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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갯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706회 작성일 17-09-27 18:35

본문

   운명의 갯벌

                         ㅡ 이 원 문 ㅡ

 

누구의 운명이 어느 사람과 같을까

 

나름대로의 생이 그렇고 그렇기에

 

내보이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온 이 운명이 아닌가

 

누가 알고 있을까 늘 불안 했던 인생

 

무엇으로도 감춰야 했던 삶이였기에

 

눈 감는 날까지 가지고 와야 했던 것이 아닌가

 

속이는 것이 아니라 감춰야 했던 운명

 

이제 부끄러움도 이 눈감어야 하는 마지막 운명 앞에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가 너무 힘들었어

 

그러기에 마지막으로 털어놓는 것이 아닌가

 

조카 한 사람이라도 이 마지막 운명을 쓰다듬어 달라고

 

조카야 나는 너의 아버지 동생이 아니란다

 

3 살때 누가 나를 갯벌에 버려 울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울고 있는 나를 업고와 키워 주었지

 

이 갯벌에 무엇을 잡으러 왔었는지

 

들어오는 밀물에 발견하여 데려와 키워 주었어

 

집안 식구 어른 몇 아무도 모를 일 늘 불안 했었지

 

호적에도 올려 주고 친딸 처럼 예쁘게 키워 주었어

 

그리고 이웃 동네로 시집 보내 주었고

 

시집으로 보낸 집이 술 주정뱅이인 줄 누가 알았겠니

 

그러던 어느 날 친정인 너의 집에 왔다 가는데

 

그때 날이 저물었었지 저문 날 산등성이 넘어가다

 

이 몸을 모르는 사람에게 빼앗겼단다 그 남자는 낫을 들었고

 

더럽혀진 이 몸 그것도 그렇지만

 

더 숨겨야 할 아이가 생겼지 그 아이가 바로

 

죽은 너의 고종사촌 그 형이었어 이 죄를 어떻게 다 말할까

 

고모부는 아이가 생겨났다 좋아 했고

 

술 주정 그 정신에도 아이 낳았다 좋아 했던 고모부

 

그 아이가 고모부 아이였나 다른 사람 아이였지

 

그 무렵 고모부는 술에 취에 들어오는 행길가 봇도랑에 빠져 죽고

 

다른 사람의 씨를 모르는 너의 고종 형도 주독에 걸려 그때 그렇게 갔어

 

짝지어온 며느리도 양잿물로 갔고 중간에 생겨난

 

아이도 내가 빈 젖 물려 키우다 폐렴으로 그냥 눈 감았지

 

이제 아무도 없는 이 늙은 몸 혼자 어떻게 살겠니

 

그래서 너의 골방으로 왔지 골방이면 어떠냐

 

어디 길 바닥에 내 앉는 것 보다 낳지

 

너의 스모 눈치보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추워도 더워도 마음이 편안 하니 괜찮구나

 

뭐 이런 몹쓸 팔자가 다 있다더냐

 

나도 며칠 못 갈것 같구나 암이라 하니 며칠 가겠니

 

조카야 이제 모두 털어놓으니 마음 편고 후련하구나

 

못 씻을 죄 알 수 없는 것이 팔자 운명이라 하더니

 

나를 두고 한말이 아닌가 싶구나

 

갯벌 갯것에 굴 따가지고 오던 길 그때 그 해당화꽃이

 

오늘 따라 더욱더 예쁘기만하구나 바람도 옛날 처럼 부는 것 같고

 

조카야 그동안 고맙고 뭐 부탁 하나 해도 되겠니 그렇게 해줘

 

나 죽거든 할아버지 산소 밑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렴

 

조카야  ~  조카야  ~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디 이런 기막힌 일이 있을까요. 무슨 한 권의 소설을 읽는것 같습니다. 작난같은 이런 일이 진실이라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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