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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굴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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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70회 작성일 17-09-21 09:03

본문

늙은 굴피나무

 

정호순

      

 

백일 난 아기처럼 섬마섬마 하는 늙은 굴피나무를 보셨나요


자식을 아내를 누구시냐 물어보는 더듬더듬 말 배우며

지지대에 양팔 걸치고 한 걸음 걸음 내디디며 걸음마를

다시 배우는 늙은 돌쟁이 아이를 보셨나요


푸석해진 가장이 메마른 잎은 떨어지고

구새 먹은 굴피는 부서져 내려

마디마디 불거진 옹두라지가

검버섯 핀 나뭇가지를 덮고 있어요


한때 그도 산등성이 하나를 독차지하고 있었지요

온산이 내 것인 양 쩌렁쩌렁 호령하며 군림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골짜기의 물을 다 빨아들일 듯 폭풍우와

돌바람도 끄떡 않던 청운의 굴피나무 한 그루


간병인이 미는 휠체어에 의지해 종합물리치료실로 들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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