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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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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수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85회 작성일 17-09-16 00:43

본문

오르고 오르고 오르다가 그만
숨이 지쳐 바위에 걸터앉는다.
눈부신 햇살을 가리며 올려다본 봉우리.
난세한 능선을 따라 뾰족하게 올라선
땅에서부터 솟구친 지상의 정점
그곳에 오르기 위해서 나는
계곡에 발 담글 틈 조차 없다.

숨 한번 들이키고 무릎을 펴자.
직립의 자세를 잡고 베낭을 고쳐매자.
다리를 오므리고 피고 힘주어서 나아가자.
봉우리를 향해. 봉우리를 향해.

인고의 시간과 그 끝에, 정점에 올라선 나는
새빨간 햇살의 무게를 이기고, 대가리 쳐들고
눈꺼풀을 하나씩 든다. 조심히 든다.
조그만 틈새가 허락한 최고(最高)의 공간-

하늘은 여전히 높다. 나는 바위를 밟고있다.
그 밑은 보이지 않는다. 구름은 모든걸 가렸다.
구름은 손닿지 않는다. 하늘은 파랗다.
파랑은 검정을 가린다. 미지와 무한의 검정을.

파랑과 하양과 비좁은 공간 속에서 결국
서서히 나의 힘이 빠진다. 자세를 낮춘다.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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