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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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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노루메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3회 작성일 24-12-29 02:10

본문

향수

석양을 등지고
깜빡이는 등불 사이로 비행기가 노을빛을 가른다.
무엇이든 물들여 버리는 노을의 색에
잠시 발이 묶이는 현실의 시간.
금빛 잔물결은
물끄러미 고요를 끌어안고
한없이 낮게 흘러간다.
멀리서,
수평선 아래로 스러지던
짭쪼롬한 벤뎅이 냄새가
파도 끝자락에 걸터앉아
지친 몸을 흔든다.
굽이치는 바다의 숨결과
갯벌 속 작은 생명들의 비릿한 체취가
가슴 한구석에서 문득 피어오른다.
고향은,
어쩌면 빛이 아니라
냄새였는지도 모른다.
마른 바람에 묻은 갯내음,
골목길에 스며든 오래된 손때,
저녁밥 짓는 연기가 남긴 흔적들.
하지만 그곳으로 돌아가도
아무도 나를 반기지 않을 것이다.
남겨진 풍경 속에서
나는 낯선 이방인이 되어
멈춰선다.
그날의 노을빛은
지금도
저 하늘 위 어딘가에서 붉게 익어 가고 있을까.
기억 속 고향의 짙은 향기와
그리움 속 고향의 바랜 모습 사이에서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들지만,
어쩐지
고향의 체취만큼은
아직도 내 안에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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