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훔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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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저녁 시간을 잠시 훔쳐본다
저녁이 부엌 창틈으로 서성이고 있고
깜짝 놀라 낮잠을 주섬주섬 걷어내며
서둘러 노을을 끌어당긴다
미처 손을 닦지 못한 그릇이 손을 내민다
싱크대 수도꼭지는 주둥이를 내밀고
수세미는 오래된 점심을 닦으며
손을 놓고 그릇이 건조대에 얌전히 엎드려있다
찬거리로 고민을 쓰다듬고
도마에 파닥이지 않는 생선을 눕히면
생선은 바다냄새 대신 감춰둔 비린내를 보여준다
비린내를 감춰줄 마늘과 양파
생선은 냄비 속에 몸을 던지고
찌개는 식탁의 중심을 차지 할 기세다
식탁에 반찬이 하나하나 자리를 잡고
정성이 담긴 저녁밥상
차리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시간을 점점 늘여가는 여유
절대 서두르지 않는 두 손은 조바심을 버린다
또닥또닥 숟가락 젓가락이 부르는 소리
훔쳐가지 못한 저녁시간은 뒹굴고 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저녁 식탁이 차려지는 풍경이 정겹습니다.
그릇에 숟가락 젓가락 닿는 소리,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행복한 주만 보내십시오. 이장희 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저녁을 차리시는 어머님을 예전엔 그냥 바라보다가
지금은 내가 직접 차리고 보니 쉽지가 않더군요.
수십년을 한결같이 차리셨던 어머니가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인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