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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4회 작성일 24-11-30 01:05

본문

너는 숫자를 사랑하는 남자
나는 문자를 좋아하는 여자
줄 세우길 좋아하는 남자와
뭉뚱그린 비유 속에 숨길 좋아하는 여자가
함께 사는 집엔
마음끼리 부딪히고 깨지는 소리
밤 늦도록 요란했다

알콩달콩 아기 봄꽃 환히 피었단 소식
시냇물 재잘재잘
어여쁜 노랫 소리 들린다는 소식은
늘 뜬소문처럼 먼 데서만 들렸다

세월은 어떻게 그들의 뾰족한 뿔을  잘라냈을까
분노로 가득한 검은 언어들을 어떻게 타일렀을까

머리에 이팝나무꽃 풍성히 자란 지금
숫자도 문자도 다 닳아 없어지고
주름만 날마다 새롭다는 지금
너의 티끌도 내 것이요
너의 가시도 내 것이라 고백한다
식물처럼 순한 말을
씨앗처럼 동그랗게 서로에게 건낸다

아마도 인생은 주름이 강물처럼 흘러야
가까운 데서도 비로소
봄이 웃는 소리 들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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