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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은행나무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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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0회 작성일 24-11-16 02:30

본문

내 눈물이 마른 시간은
가을 은행나무 곁을 걸을 때 쯤이었다

나무 곁에 있으면 샛노란 빛에 숨어있는 생기가
반짝이는 시간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오곤 한다

가을에 시를 쓰는 건 은행나무다
그 시를 읽고 다시 길을 걷는 것도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행복한 상상을 펼치는 것도 언제나 나다

가을에 내게 기쁨이 되는 것
가을에 내게 신이 되는 것도 은행나무다

누가 은행나무의 깊이를 알까
그늘진 마음을 보듬기 위해  길 위에 서 있다는 걸

양귀비 같은 화려함이 없다
향나무처럼 좋은 향기도 없다
오히려 다가갈 수 없는 지독한 외로움의 냄새
나보다 더 쓸쓸한 은행나무를 보고서야
나는 나를 위로한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멀리서만 은행나무를 두고 보려한다
사랑했던 사람과 나의 거리처럼
경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또 눈치없이
나뭇가지 위에 내 마음 내려 놓고
마음껏 은행나무를 읽는다
아직 내 사랑은 완전한 여백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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