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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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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61회 작성일 26-03-01 08:1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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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현



외식 한 번 한 적 없어

얼마인 줄도 모르는 밥값이

졸졸 따라다니며 다그쳤다

 

제발 밥값 좀 해라

 

학교 파하자마자 돌아와 쇠풀을 뜯고

민둥산에 올라 낙엽을 긁어모아도

턱없이 부족한 밥값이었다

외상값처럼 따라붙는 서슬에 공부는 늘 뒷전이었다

게으른 놈 짐 많이 진다 했던가

고봉밥처럼 쌓아 올린 볏단을 지고

몇 발짝도 못 가 넘어져 길바닥에 쏟은 밥값

 

꽁보리밥에 김치가 전부였지만

금쪽같은 한 끼에 감사드려야 했던 그 시절

변변찮아 좁아진 어깨 위로

갚지 못해 죄송한 밥알들이 쌓여 빚이 되었다

 

무작정 상경해 설익은 밤을 뒤척일 때도

밥은 나를 헤아리고 있었다

꼼짝 못 하게 옥죄었다

제때 밥은 묵었냐?

고향에서 올라온 안부를 함부로 낭비할 수 없었다

 

겨우 부끄럽지 않은 밥 앞에 꿇어앉아

뒤돌아보니

선산에 누워 조상이 된 부모님

밥 대신 올린 술 한 잔에 취해 깨어날 줄 모르고

아홉 식구 밥값만 셈하던 고향 집은

더는 치를 곳 없는 폐가가 되었다


..................................................



▲이삼현 

2017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모던포엠작가회 회원

2022년 시집 봄꿈』 생각나눔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밥은 저에게도 삶을 재단하는 천칭이었습니다.

밥값은 하고 사나?
사람은 자고로 밥값은 하고 살아야된데이, 라고
말씀하시던 선친의 모습

그리고

늘 애만 먹이는
제 등짝을 후려치시며
밥은 묵고 다니제? 하고
눈시울 붉히시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에 하나로서 있음을 쟁취하는 길에서 소중한 물음에 답하는 영적 손실의 큼은 늘상 생명의 부단성에 존재의 부름함과 부딪칩니다
가늠하여 길을 열어야 하는 존중의 세계로의 진입은 또 다른 거대한 함몰과의 쟁투이기도 합니다
가는 거라는 명제가 부름하는 순수의 소리가 영적 업그레이드의 길을 인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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