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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詩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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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955회 작성일 24-06-03 03:32

본문

바보들의 시짓기



시 때문에 세상이 존재할 필요는 없지만
또, 지금은 시가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람이 사람답지 않은 세상에
시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도가 아니며
기껏, 사람이 神도 아닌 주제에 사람이 주장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이유도 못된다

멸망의 秒를 다투는, 하늘에 그어진 높은 線

사람이 롯데월드타워스러운 높은 모자와
免稅찬란한 외투를 벗고 났을 때,
서로의 가면과 총칼을 과감히 던지고 났을 때,
그리고 나서도 길고 기나긴 순례 끝에야
가까스로 지울 수 있는
그 線

지금의 사람들은
솔직히, 정말 솔직히, 아무 善도 바라지 않지만,
시는 온갖 罪의 은신처로 부터
쇼생크 탈출처럼 끊임없이 탈출하고, 탈출하여
쓰라린 자신의 역사를 오래 오래 울고

그저 먹방 - 잘 먹고, 색방 - 잘 싸는 일만이
지극히 소중한 사람들은
그런 눈물을 눈여겨 보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세상의 어떤 바보들은 시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바보스럽게 시를 지으리라

왜냐하면,
시가 사라진 후에 시를 쓰는 이는
정말 아무도 없겠기에

심지어, 진짜 바보라 해도


                                           - 안희선

Ain't no sunshine - Eva  Cassidy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멜로디는 어설프더라도
죽을 때까지 가슴으로 가사를 써야 하는 게 시인의 운명이 아닐런지요.
저도 바보가 되겠습니다.
편안히 머물다 갑니다. 안희선 시인님.

修羅님의 댓글

profile_image 修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가장 값싼
프란츠 카프카

-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中

똑똑하면 못하는 게 문학이죠 뭐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吳圭原 시인이
시라는 족쇄에서
해방되어 저 세상으로 간지도 어언
17년이 되었군요

修羅 시인님이 전해주신
그의 발언에
생각,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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