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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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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65회 작성일 24-05-19 17:44

본문

상실의 집/ 김재숙

 

 

아무도 모를거야

그 날의 몸부림이 어떤 흔적을 새겼는지

찢진 벽지 사이로 촘촘한 밤이 떨어지고

풍경 자국 가닥마다 풀섶을 흔드는 아픔 

비어서 빈 그리하여 비어야만 공간을 차지하는 빈 집


홀가분하여 이제 더는 꿈꾸지 않는 온전한

바스락 거리는 사랑을 빈 껍질로 버리기 좋은 상실의 날 것으로 


창호지 얇은 살에 퍼렇게 핏줄 선 햇살이

마당에서 너에게로 올라붙어도

텅 빈 방안에서 슬픔을 찾아내는 일은 없겠지

책장을 넘기다 말고 신발을 훔쳐 달아나는 일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거야

꿈이 달리던 그곳을 버렸으니까

 

다시 또 햇살이 마당 한 가운데 들어차면

댓돌은 숨겨 논 그림자 한 짝을 올려놓고

빼곡이 열린 대문 사이로 손잡이 없는 그림자를 내 보낼거야

한때는 서로가 입에 넣어 주던 웃음소리를

앙 다문 입술로 씹어보는 그리움의 모래알을 질정거리며

눈은 참 슬플 것 같아

 

이 빈 집에 기억을 다시 태우는 일 없을 즈음

 

가는 건 오지 않겠다는 약속이니까


침묵이 착지를 기다리는 무모함이 또 길을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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