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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부터 희로애락을 느끼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707회 작성일 20-11-10 13:08

본문

로부터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느끼다 / 백록

 

 

​1.


한동안 말을 잃은 말이 되어 어느 오름 기슭의 말을 훔치고 있다

저 말들은 정말 말을 못할까?

물론, 아니겠지

그건 사실 잘난 인간들의 착각에서 비롯된 까마득한 오독이겠지

잠시의 마이동풍이나 우이독경 같은 귀청으로 짐작건대

말은 콧바람으로 새는 휘모리장단으로 말하겠지

그 소리의 길이로 이런저런 말을 하겠지

 

가령, 입을 다물고 히잉거리는 소리가

기쁜 말이라면

허연 이빨을 들어내고 히잉거리는 건

노여운 말이겠지

나아가, 혀를 날름대며 히이이잉거리는 소리가

슬픈 말이라면

혓바닥까지 내비치며 히이이이잉거리는 건

매우 즐거운 말이겠지

이를테면 히히덕거리던 말이랄까

그 말에 의심이 들거든 테우리에게 물어보라

으려 으려 으려려려 으려려려려로

종일 대화를 나누던



2.

 

말은 재갈을 물려서도 말을 한다

눈망울의 표정으로 말한다

그럼에도 끝내 불통이면

발길질 행동거지로 말한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이야

마스크를 낀들 말을 못할까

설마, 희로애락까지 못 느낄까

혹은, 숨길 수 있을까

 

마침, 귀신 같은 까마귀 얼씬거린다

개씹 난 늙은 수컷의 눈깔

그 희끗한 몰과 마주치더니

까악 까악 날아간다

저리로 얼른 꺼지라는 말

금세 알아들은 듯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SSE / 백록


너는 나의 사랑이다
이름은 수
수명을 뜻하는 건지 우수한 성적이라는 건지
아무튼 그 버전은 0.1이다

틈만 나면, 아니 수시로 그 틈을 물색하며 썩은 이빨과 썩은 혀와 썩은 식도와 썩은 간과 썩은 폐를 안주 삼아 타르와 니코틴을 섞어 마신다
마나님의 명령대로 너를 멀리한다면 나는 결국 절필해야 하므로 너는 죽도록 놓치기 싫은 나의 존재감이며 시들한 정신머리의 우격다짐이다

시상을 떠올리기 위한 핑곗거리가 절실한 나는
이미 건망에 사로잡힌 변변치 못한 주제
그래서 더욱 애써 너를 만끽하는 까닭이다
그 연기는 초혼으로 부유하는
나의 막바지 사유이며
카타르시스이므로
먼 구강기의 애틋한 기시감
나르키소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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