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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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전쟁 / 백록
입동의 밤바다를 누비던 칼의 군단들
동이 틀 무렵 애월항으로 쳐들어온다는 첩보였다
근처에서 슬그머니 동향을 살폈는데
기다렸다는 듯 천 촉의 불빛들 잔뜩 품고 번쩍번쩍 달겨들었단다
은빛 물살을 삼킨 광채의 서슬 퍼런 살기들
날카로운 그 기세에 눌린 철딱서니 늙은 병사
그들이 맞닥뜨리자마자 날 살리라며 아군의 진지로 후퇴를 했다는데
막사 안으로까지 따라 들어온 한 소대의 무사들
자그마치 스물이었단다
그 순간을 살아남기 위해선 오직 혈투밖에 별 방도가 없었다며
저도 칼을 들고 한 판 승부를 벌였단다
복부를 찌르고 그 내장을 꺼내고 토막을 내야 하는 전술
혼신을 다한 킬링필드의 사투였다며
다 무찌른 후의 전장은 온통 피비린내였단다
제 칼을 보니 치가 떨려 식은땀 훔치고 가만히 뒤돌아봤는데
이놈들은 한 발짝도 움직인 적이 없었단다
그러고 보니 숨 한 번 쉰 적도 없었단다
이미 죽은 목숨들
결국, 사체를 훼손한 거란다
막상, 부상을 당한 건 철부지 당신뿐이었다며
애지중지하던 왼쪽 검지가 베었다는데
그마저 제 칼에 당한 꼴이라며
빨간 약과 반창고를 수소문하고 있는데
마침, 청맹과니 귀청을 들쑤시는 전파에선
물길을 거슬러 오른 어느 법사와
목검을 거머쥔 검객의 싸움이
오늘도 한창이란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암울 / 백록
저 구름 속에 한라산이 있다
그 기슭에 우울한 노루 하나 있다
어느덧 거세기
갈수록 여자로 변해가는
수컷 하나 산다
허구한 날
시를 갈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