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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5회 작성일 21-05-24 11:04

본문

신기루

 

 

보고싶다는 사치는 나의 삶을 훼방놓는

군열의 연속으로 다가 올 뿐

나는 아직도 균열이 심해지는 내 보금자리의 기둥들을

보고도 못 본 척 한 지 오래다.

 

말라서 비틀어진 나의 입술에

그녀가 살며시 촉촉한 입술을 가져다댄다.

오아시스에는 물고기들이 살지 않는다.

그래서 오아시스의 물을 함부로 마시다가는

신기루의 유혹에 빠지기 싶다.

 

건조함과 촉촉함이 만나면

긴 여행에서 한 번쯤 쉬고 싶어지는 보금자리를 생각하게 된다.

나의 피곤함과 장작을 구해야하는 수고스러음에도

튀틀리며 타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장작불의

따스함에 몸을 맡긴다.

 

난로 위에서 끓는 오아시시의 물을 조금씩 식혀서 마시는

나의 눈동자에 여전히 말라가고 있는 사물들이 스쳐간다.

가끔 그 경계를 넘나들던 그녀의 웃음 소리도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는 신기루의 허전한 공허한 순간에도

나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슬픔으로 스며나오지 못하고

깊은 뿌리로 박히고 있다.

 

촉촉함을 느끼고 그녀를 등지고서,

나의 입술을 한번 만져보는 일은

말라가던 사물들이 낯선 누군가에게 표정을 지어보이는 일이다.

그것이 신기루인지 아닌지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오아시스를 떠나려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 보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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