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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67회 작성일 21-07-06 10:08

본문

/ 백록

 


 

생선 대가리를 자르다 손가락이 베이던 건

지극히 당연한 인과응보의 기억이다

 

아니다

최소한의 천벌이었을 거다

이를테면

왼손의 무지를 오른손이 일깨우던

집행유예 같은

 

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성경을 들추어보라

거기엔 승리와 생명이 있고 속죄와 구속이 있고

회복이며 새 언약이며 순교가 있다

파괴와 학살과 보응과 무자비함이 있고

압제와 죄책과 심판이 있다

 

신앙에 관심이 없다면

들녘에 피는 꽃들을 살펴보라

겨울에 피는 동백이든

봄에 피는 진달래든

여름에 피는 장미든

가을에 피는 꽃무릇이든

화륵화륵 스스로를 불태우는

칸나의 분신이든

 

그래도 궁금하다면

소설로 쓴 주홍글씨를 읽어보라

그 대명사를

왼손과 오른손을 하나로 묶어버린

‘A’를 보면

철철 흘리는 피의 의미가

더 명징할 테니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로미 / 백록



애초의 불꽃을 한아름의 회오리로 피우던 섬의 바람은
아마도 일출봉 너머에서 불어오는 샛바람에서부터 시작되었으리라
희끗한 포말의 말씀들이 햇빛과 어우러지며 노랗게 속삭이던 유채꽃 같은 풍경으로
물론, 그 와중의 다랑쉬오름도 따라비오름도 덩달아 초록을 꿈꾸었으리라
오르고 올라 구름을 뚫고 윗세오름으로 기어오르면
참꽃 개꽃 흐드러지게 피웠으리라

그러나 저러나 그제나 저제나
은하를 품고 천년만년을 산 백록은
바람의 성질을 이미 눈치채었을 너의 혀는
아랫것들 채 꽃 피우기 전에 열린
불로초의 생각을 맛보았겠지
쓴맛 신맛 단맛으로
시름시름 앓으며

당신의 시커먼 입술이
그 증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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