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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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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11회 작성일 21-08-24 09:55

본문

, 그 이후 / 백록



 

울 할망의 내력 같은 오마이스가 밤새 어슬렁거리더니

다행히 그 원통한 통곡마저 뚝 그쳤네요

장대비로 회오리로 울며불며 몸부림치던 그 터무니가

잔병치레로 끙끙거리고 있네요

 

산자락 들녘의 곡기穀氣들 보릿고개 허기虛氣처럼 어지러이 드러눕고

산새들 둥지를 틀던 나뭇가지들도 삐거덕거리며 몸살 중이고

와들랑 와들랑 들락키던 내창은 빈 창지를 드러내고 있고

흰수염고래마저 찰나에 삼켜버릴 것 같던 파도는 어느새 기운이 빠진 듯

갯바위를 붙들고 파닥거리고 있네요

 

아무튼, 이 곤궁한 풍경도 잠시겠지요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섬은 언제 그랬냐는 듯 울긋불긋해지겠지요

하늘은 높고 푸르러지겠지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한 계절의 형용사들을

감탄사로 부추기며

보란 듯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린사슴 / 백록



나고 자란 서귀포시 큰개마을에서 영봉을 기어오르다 보면 
먼 옛날 사슴들 우글거리던 오름이 있다

천년의 숲속, 그곳에 서면
언뜻, 속세를 등진 짐승이 된다
그럼에도 이승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긴 모가지로 관을 쓴 채 백록을 받들어 알현하는 사슴이 된다
마치, 一人之上 萬人之下라는
그 일인은 물론 백록의 신령일 것이요
만인은 허구한 날 그 오름을 우러러보는
노루들 심성을 닮은 백성일 것이다

아리랑 쓰리랑 칠백고지 꼬부랑길을 오르다 보면
일흔을 향하는 정강이가 무지 쑤시더라
헉헉거리는 사슴이 아리더라
뿔 잃은 노루의 가슴이
몹시 쓰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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