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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내리는 포도밭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66회 작성일 21-12-07 13:18

본문

밤비 내리는 포도밭 



빗소리가 들리는데 

비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퍼더덕 

잎들이 소리를 낸다. 포도알들도 보이지 않는다. 자줏빛을 향해 귀기울이던

빗줄기는 아래로 아래로 


고여드는 차가운 포도잎들 결마다 투명한 피가 시리다. 얇은 사(紗)를 

찢는다. 포도나무들 사이로 넓게 펼쳐지자니

핏줄이 찢겨나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저기서 

포도잎들이 흐느낀다. 


투명한 것 안에서 압사되어가는

시디 신 소리의 껍질을 벗겨내면 너의 입술이  

차라리 청록빛으로 벌어지기라도 했으면, 


내가 걸어 들어갈 저 

가녀린 가지에 매달려 또르르 굴러떨어지는 물방울들

기하학적인 황홀.


물방울 안으로 다시 그것의 중심으로 

중심의 방을 열고 그 방의 중심으로 더 더 그 안으로 


투명한 밤 나와 빗소리는 

여기저기서 포도잎 두드리며 별빛 직선들이 튕겨 몽롱하게 얽히는 

물비린내 바라본다. 

          

댓글목록

이면수화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이 말하기 전에는 모르고 있던,
태평하고 태만하게 몰라도 좋았을 세상을
시인은 왜 자꾸 말하고 있는가?

모르고 살기에는 너무 아슬아슬하고,
안타까운 존재들과 우리는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
그 중개자인 시인이 있으므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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