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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18회 작성일 22-08-15 18:47

본문

비어

 

 


지금 오른쪽 주머니가 비어 있다

비어는 테이블 위에 있고

병뚜껑 날아간,

가 닿지 않는 허공만 본다

허공의 나머지 한쪽 다리는

카페서 설거지한다

마감이 마감이 아닌 이 길에서

오로지 보는 건

저 허공이 보낸 병뚜껑 찾는 길

병은 밤마다 오는 몹쓸 까마귀처럼

가아 가아 다아 가아 하며 부르는

천변의 가래침 같은 것 하지만

공중을 떠받드는 서까래 같은 것

거기 앉아 받아먹는 까마귀 똥

어느새 왼쪽 주머니가 비어 있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전 신문기사를 무심코 읽다가
김수영 시인의 좌우명이 <상주사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올려주신 <비어> 시를 감상하며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 시를 읽고 또 꺼내어 읽다가 그렇게 폐선처럼 광중으로 시퍼렇게 갈앉아버리겠지요.

결국 홀로 사라져 갈 티끌 같은 저의 존재를 오늘도 감내하고 결국 살아냈으나
내일 아침 출근길 길섶마다 행상소리가 빗발치겠지요.

산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인 것 같습니다만,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숭오 시인님,
늘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콩트 시인님 오래간만에 김수영 시인님의 시 눈을 읽어보네요.
정말 오래간만인 듯 합니다.
요즘 여러모로 좋지가 않습니다. 피부로 닿는 경기 사정요.
그럴수록 강건하게 하루 버텨나가야 할 듯싶습니다.
이렇게 졸글에 인사 주심에 늘 힘을 받고 또 하루가
철근처럼 버팀목이 되는 거 같아요. 늘 감사합니다. 콩트 시인님,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눈」
*김수영 시인의 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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