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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敵意)를 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341회 작성일 23-02-12 00:02

본문

   적의(敵意)를 품다



   툰드라에는 이끼의 서식지가 유빙처럼 갈라져 차가운 수면 아래로 합수됩니다 손 끝에 닿은 책장이 오늘 하루처럼 훌쩍 넘어가면 순록의 왕관도 이누이트의 발자국도 화려했던 로마제국처럼 생의 뒤안길로 수몰되겠지요 


   저기 루어를 즐기는 낚시꾼의 캐스팅이 공중묘기를 부립니다 손 끝으로 살짝 스타카토로 액션을 주자 뱀의 허물을 덮어쓴 아가리가 수초를 휘감으며 성층권으로 바늘털이를 합니다 지구의 핵을 명중한 활처럼 초릿대가 휘어지고 철천지 원수였던 하늘과 땅이 서로 밀당을 하는 그 순간 나는 손아귀의 악력이 풀려버렸습니다 놓아버린 우주처럼 세계가 멈춰버린 그날 다시 마름질을 하고 목줄을 묶습니다


   눈의 언덕에는 북극여우와 북극곰이 먹이 사냥에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북극곰이 입을 하마처럼 벌리고 날 선 송곳니를 젖은 햇빛에 말리자 북극여우가 만타가오리의 아가리에서 식사를 하는 빨판상어처럼 북극곰의 혓바닥과 목젖을 더듬습니다 


   내가 사는 우주에는 태초의 그날처럼 눈보라가 휘날립니다 빙산도 빙벽도 내 폐부에서 떨어져 나간 유빙도 지난 겨울처럼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지상으로 울려퍼지는 징소리의 파동처럼 봄은 그렇게 오고 갔습니다 눈두덩이로 봄바람이 일자 잘려나간 발가락들이 봄비처럼 천공으로 떼구루루 굴러갑니다 


   이 밤, 내 귓속엔 지난여름날의 쓰르라미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감상했습니다 콩트시인님
시가 행간 행간이 맛이 있어 몇번이고 읽어봅니다
좋은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잠자리가 편안해 질듯 ㅎ . . .
깊은 밤 좋은 꿈 꾸시고 주무세요 꾸벅1

레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레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어들로 보자면 제가 좋아하는것들이지만
내용을 보자면 제가 이해하지 못해
정말 적의를 품게 됩니다...ㅎㅎ....

루어의 캐스팅 공중묘기가 "흐르는 강물처럼"을 연상하게끔 멋진 표현입니다
좋은 날 좋은 시간 채워가시기를....^^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은 시판도 제 입맛과 맞지 않으면
去勢나 屠殺시키려는 풍조가 안타깝네요.
들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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