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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歌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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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8회 작성일 23-04-19 06:44

본문

당신 죽을 복은 타고났습니다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 방금 돌아가셨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돌아가시다니요 돌아가는 삼각지가 사라진 지 언제인데 돌아가시다니요
살 날이 구만리인데 죽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습니까
당신 2년은 더 살수있었는데 원죄가 많았는지 애석하게도 앞당겨졌습니다
생과 사를 관장하는 천칭의 저울질이 죽는 쪽으로 급발진하여 기울었습니다


넷, 셋, 둘, 하나
지금부터 당신은 사망선고가 내려졌으므로 살아있는 척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럼 나는 아내도 자식도 못 보는 것입니까
아직 입 밖에 내지 못한 말들이 혓바닥에 물비늘처럼 고여 있단 말입니다
살아생전 사랑한다는 말을 그리도 입 밖으로 뱉어내기가 어렵던지요
아니요 당신은 죽었으므로 아내와 자식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요
당신 의사 맞습니까
예! 의사이면서 의사가 아닙니다 어쩌면 의사일지도 나중에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여러 가지 추론을 하여 내린 결과이니 그만 승복하시지요
당신의 병명은 맛보기도 귀한 올드와인처럼 희귀한 불치병입니다
지금 당신의 죽어버린 심장을 나는 떳떳하게 갈취해갈 것입니다
약물에 취하여 섬망 속을 헤매다 멈춰버린 심장을 도굴 당한채 공허한 가슴을 쓸어 쥐고 울고 있었다
밖에는 悲歌(비가) 내리고
정신 좀 드십니까 환자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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