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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窓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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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76회 작성일 24-03-27 01:35

본문

 
봄날에 창(窓) 열다 


계절의 벽 위에 습관적 덧칠을 하는
헛헛한 몸짓이 대책없이 슬퍼질 때에
꿈으로 치닫던 아련한 소망은
비밀스런 절망에서나 숨겨둘 수 있는 나를
촘촘히 메꾸어 간다

말을 잊은 사람들은 이미 세월 저 너머
잔잔한 물결 같은 시선(視線)을 그들의 몫으로 받았다
멀어져 가는 그들의 연민을 때묻은 낱말 몇개로
감추려다가 나도 모르게,
무심하게 다가선 봄날에 창(窓)을 열었다

지난 겨우내
가슴에 품었던 무거운 결빙(結氷)을 벗고
차라리, 봄이라 홀가분해 하는 대지는
고향의 파아란 하늘처럼 솔직한 옷을 입었다

나, 이제
사랑하는 이에 관해 침묵하며
괄호 안에 깜박이던
이른 아침의 외로운 기도를
겨우 내내 잠가두었던 마음을 열듯
그렇게 올릴 참이다

먼지 낀 유리창 너머
사라지는 겨울의 옷자락에
뉘우침과 허물을 실어 보내며,
잊었던 그리움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
또 다시 생명의 달콤한 핵심을
휑하니 빈 가슴에 찍을 참이다

비록, 앞질러 흘러간 세월이
그곳에서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담담하게 새길 참이다

아주, 환한 봄날에 창(窓)을 열듯이


                                                                                      -  안희선

Longer - Emi Fujita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시를 읽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아직 어둠이 창에 매달린 창을 열어 봅니다.
그리고 별 한 포기 가슴에 들여 놓습니다.
좋은 시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 종착역을 향해
대책없이 나이 들어가는
나라는 물건은 사방이 꽉 닫혀진
늙은 箱子같단 ..
생각도 듭니다만

그  암담함 속으로
자애로운 봄빛이 들어가
환한 통로가 난다고 하는
그런 염치없는 글도 써봅니다

열린 가슴으로 졸글, 품어주시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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