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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레코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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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5회 작성일 24-07-06 13:39

본문

낡은 레코드판 


엘리자베트 슈만의 노래를 

들으러 먼지가 자욱히 덮인 

다락방으로 간다. 꼬리만 금빛인 

작은 새 한 마리 발톱에 

묻은 꽃가루 한쪽 눈이 먼  

삐걱삐걱 나무계단 오르면,  


아버지의 낚싯대. 예리한 바늘 끝. 

나는 쓴 침을 삼키며 

검게 서러운 나는 

비린내 희미한 흑백사진 속 긴 생머리 

엘리자베트 슈만의 가슴을 잡는다.


남편을 버리고 불륜남과 도망갔다가  

며칠 지나서 뻔뻔한 얼굴로 남편에게 돌아왔다던

그녀는 머리에 꽃관을 쓰고 베일을 입고 

요정처럼 무대에 서 있다.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온다. 낡은 레코드판이 돌아간다. 소멸로부터 살아 돌아오는

처음에는 조그맣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출렁이는

능선과 계곡이 황홀을 

담고. 제비꽃의 목덜미를 무는

나는야 석탑을 쌓는 어릿광대. 촉촉한 봄의 

황홀한 벽돌을 쌓고 있는 화가.  

투명한 물 흘러가는 물레방아. 상아빛깔

단추의 투명한 회전. 

스위스 산정에 있는 

파랗고 고요한 발트슈타인호수에

깊이 깊이 가라앉아 있어요. 새파란

얼음이 내 눈동자 속으로 

차 오르고 있어요.

노를 젓는 시계탑 

창문 바깥에 한없이 펼쳐진 하늘을 여니 그 안에 

창문이 하나 더 있다. 내가 열어젖힌 엘리자베트 

슈만은,

그 빛나는 목소리 안에 

숨겨진 성대가 하나 더 있을 것이다. 뜨거운 염증이 불러오는 계절. 비가 내려 

석조건물의 지붕을 식히는 계절. 그녀의 성대는 

금빛 솜털이 돋아 있고 천정에 별들이 박혀 신음하고

비린내가 그 속으로부터 불어올 것이다.

그 붉은 복도에서 그치지 않고 

창 바깥으로부터, 

후박나무 청록빛 신경이 내 

폐 속까지 뻗어와, 

나는 창을 여는 대신 내 귓속 고막으로 

바늘을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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