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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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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7회 작성일 24-08-09 11:18

본문

도리언 그레이를 만나다


1.


그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올 여름을 지내는 표선리 일렁이는 파밭 노랗게 녹아 내리는 로즈마리꽃 살점에

 

괴로워서 몸부림치는 편백나무 판자집. 낮 동안 내 손끝에 가시가 박히면 어디에 구멍이 뚫렸는지 밤이 되면 자꾸 숲바퀴


벌레가 집안으로 들어온다. 침대 위에 누워 서서히 회전하고 있는 천장을 바라보노라면 네 개 편백나무 판자벽이 자꾸 나를 향해 다


가온다. 매일 매일 더 좁아지는 내 시력. 나는 밤하늘 우주를 지나가는 거대한 혈관의 소에 귀 


기울인다. 집은 어둠 속에서 희멀건 거대한 몸 서서히 일으키고, 파잎들은 비린내 역한 청록빛 나비들처럼 파닥파닥 내 폐 


속으로 온다. 돌담 저 너머 개도 짖지 않는다. 나를 규정하는 집은 조금 더 젋어진다. 나는 죽음을 책장 너머로만 


읽었다. 이제 맨발로 해변까지 어갈 수 있다. 비췻빛 무릎까지만 젊은 남자와 허리 아래가 눈부신 자궁인 여자. 해변에 떠밀려 온 


죽은 미역으로 벗은 새하얀 허리를 가린 여자가 바닷물이 뚝뚝 떨어지는 옹기그릇을 타고 와 내 집 앞에 멈춘다. 여자의 침에 매운 흙이 


섞여 있다. 황토를 땀처럼 줄줄 


흘리는 내 집이 고개를 갸웃 돌려 바다 너머 쳐다본다. 나는 내 집에게 내 언어들을 던져주고 자지를 주고 내 집이 또박


또박 난파하는 시를 쓰는 동안 검은 심연으로 가라앉아간다. 소녀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작은 식당을 하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이 돌풍에 부들부들 간질 발작 일으키면, 


소녀의 오빠가 바다에서 돌아와 둘은 빈 식탁 위에 생선뼈를 올려 놓고 조용히 제 손등들을 씹는 것이었다. 소녀가 폭풍을 이끌고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깊고 푸른 그늘 안이다. 그리고 그 그늘은 내 집에 속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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