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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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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41회 작성일 24-10-21 05:21

본문

볏짚의 독백


열기 식은 논배미에 나란히 누어 

일백팔십여 일의 자서전을 쓴다 

푸른 오월의 가녀린 몸으로 태어나

그 뜨거웠던 시절을 보내는 동안

마음 편히 누워본 적이 있었던가 

익어간다는 건 작별을 뜻하는 언어

진 자리 마른자리 평생을 몸바쳐 키운 

알토란 같은 자식들 먼저 보내고

내일이면 보시의 길로 접어들 몸

그나마 함께 묶여 떠날 동지가 있어

가는 길 외롭지는 않겠지만 

한 생이 너무 짧은 것 같은 허전함

하기야 사나 죽으나 다를 것도 없지만

누군가를 살찌울 보람이 기다린다고 하니

기왕 떠나는 길 웃으며 가세 웃으며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군요,
한번도 쉬지 못하고 농부의 가슴에 꿈을 안겨주고도
이젠 건초로서 마지막 보시의 길을 기다리는 볏짚,
깊은 여운을 남겨주는 좋은 시 감사합니다.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퍼스톰 시인님 안녕하시지요.
참 오랜만에 뵙습니다.
논두렁 산책길에 본 볏짚을 보며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삶의 목표였던 알곡을 다 빼앗기고 평생 누워본 적이 없는 맨땅에  누워
볕을 쬐는 그 모습에서 우리의 삶이 오버랩되는 건 억지일까요.
건초를 위해 사이로에 묶여 또 어디론가 이동이 되겠지요.
보시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썼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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