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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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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두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0회 작성일 24-11-2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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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석

예배당 왼 편 맨 뒷자리는 구 집사님의 고정석이다
조용한 새벽, 엄숙한 찬양을 틀어놓고 기다리면
어김없이 우당탕 삐걱 소리와 함께 구 집사님이  자리에 앉는다

구 집사님은 인사성도 밝다
밤사이 떡진 머리카락으로 애써 감춘 여자 권사님들의 새벽 민낯을  빤히 쳐다보고는
감출게 뭐 있냐는 듯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사 한다

가끔은 한껏 찡그린 눈초리들이 고개를 돌려 구 집사님을 쳐다 보지만
그럴 때면 집사님은 뻔뻔하게도 그들과 똑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한 번은 당신이 왜 맨날 뒷자리에 앉는지 아느냐며
시도때도 없이 새나오는 방구와
주변 사람들을 향한 당신의 깊은 배려심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다가
조용히 기도하던 권사님들로부터 원성을 들은 적도 있다

구 집사님은 엄숙한 예배당을 우습게 만들려 찾아오는 작은 악마 같다
 
너무 거룩한 체 하지 말라고
세상의 온갖 무거운 짐은 죄다 짊어진 예수 같은 표정 하지 말라고
이 작은 악마는 힘겹게 기도하는 내게 속삭인다

결국 나는 이 꼬드김에 넘어가 큭 웃으며 기도 한다
나도 구 집사님처럼 믿고 싶다고

엄중하고 고요한 새벽 공기를
단숨에 신선하게 환기시키는
구 집사님의 방귀소리처럼
가볍고 즐겁게 살고 싶다고

그까짓 실수 좀 했다고 고개 드는
내 마음 속 자책 쯤이야
구 집사님의 뻔뻔한 고갯짓 처럼
모른 척 툭 털어내고 싶다고

언젠가 귀가하는 집사님의 등 뒤에서
활짝 열린 채 대롱거리던  하늘색 가방처럼
아무것도 감출 것 없는 사람이고 싶다고

아무리 우당탕 삐걱 소리가 나도
매번 똑같은 자리에 앉는 구 집사님처럼
나도 변함없이 내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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