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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사랑스런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1회 작성일 25-04-28 09:14

본문

 

처음

당신을 만났던 그날을
기억하오.
 
당신은
수줍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지.
 
처음
당신과 나란히 걸었던 그날,
당신은 그만,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지.
 
그 일을 핑계 삼아,
나는 당신의 손을
덥석
잡았소.
 
그 후,
비가 오고,
해가 뜨고,
바람이 불어도,
당신과 함께 걷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지.
 
당신은
불편한 다리를 부끄러워했지만,
나는 오히려 고마웠다오.
그 덕분에,
부족한 내가 
당신의 전부가 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으니.
 
그런데 여보,
이제 나는 떠나야 하오.
당신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오.
 
그래서 지팡이를 깎았다오.
내 비록 솜씨는 서툴지만,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을 담아
하나하나 정성껏 깎았소.
 
내가 없더라도,
당신이 다시는 넘어지지 않게,
이 부족한 지팡이가
언제나 당신을 지탱해주리라
믿소.
 
여보,
이제 나는 떠나오.
당신을 두고 먼저 떠나오.

하지만 여보,
비 오는 날에도,
햇살 따스한 날에도,
바람 매서운 날에도,
나는 늘,
당신과 함께할 것이라오.

 
- 호스피스 병동에서,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당신의 추억을 시로 포장해 주는 감성택배 / 배송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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