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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은 8.15를 기억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48회 작성일 25-07-26 00:22

본문

 

버섯은 8·15를 기억한다 /김 재 철

 

버섯은 달력을 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815, 정오의 총성을 기억한다.

싸리, 표고, 젖버섯아재비, 달걀, 외대덧,

뽕나무, 닭다리, 귀신, 큰갓

억눌린 것들이 일제히 솟는 땅의 광복절이다.


부엽토 아래 수만 개의 침묵이

한꺼번에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송이는 고결하다.

능이는 위장된 향.


굴뚝버섯은 그늘에서 부챗살을 펼친다.

굴뚝을 잡으려면

솔잎의 봉긋함을 알아채야 한다.

그건 눈이 아니라

발바닥의 기억이다.


능이는 북쪽 8,9부 능선에서  

보호색 특전사처럼 빛을 피하고,

진달래나무 아래 배수 잘되는 빗각에 숨어있다. 

나는 방향을 잃었고

진돗개를 훈련시킬 계획까지 세웠다.

그날, 나는 코로 쓰는 시를 상상했다.


버섯을 따다 허기지면

다래, 오미자, 돌배를 입에 넣는다.

그 세 가지면 힘이 돈다.

머루는 흔치 않다.

감각은 퇴화하지 않아야 한다.


느타리와 팽이는 추위에 열린다.

그 곁에 화경버섯도 모습을 낸다.

둘은 닮았지만

하나는 살리고,

하나는 앗아간다.

많은 방송이 떠들지만

그걸 본 적은 없다.


나는 줄기를 압착해

밀도를 읽고,

생과 사를 가늠한다.

식물은 닮은 자를 곁에 둔다.

개똥쑥과 돼지풀, 곰취와 동의나물처럼

모방은 생존의 진화다.


사람들은 송이와 능이를 귀족이라 부른다.

싸리, , 귀신, 참부채는 잡버섯이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잡이라는 말에 깃든 오만을.

싸리버섯 된장국 한 그릇이면

서열 따위는 녹아내린다.


버섯은 꽃이 아니다.

꽃보다 훨씬 까다롭다.

자실체가 오르기 전

그들은 수많은 조건을 검토한다.


습도, 수분, 일조, 바람, 기억

과거 이슬을 믿다 학살당한 일까지 포함해.

그 모든 정보는

땅속 균사망을 따라

미세전류로 흐르고,

결국 지금이다라는 승인 아래

작고 둥근 존재 하나가 솟는다.


경사진 산길을 타며

지친 몸은 알게 모르게

편한 내리막을 찾아간다.


버섯을 찾는 시선은

항상 위쪽 쓰러진 고목을 향한다.

나는 산을 오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실은 중력에 끌려 내려가는 중.

정신을 차릴 때마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버섯 채취는 숨 막히는 일이다.

버섯은 감각이 무딘 자에게

결코 길을 주지 않는다.


지도는 없고, 냄새는 숨겨져

시각은 늘 속임수다.

나는 지형과 나무, 냄새와 직감을 믿는다.

버섯을 딴다는 건

하나의 생명을

정중히 맞이하는 일이다.


산에서 돌아온 저녁

공장 사람들 몰려들고

화로엔 돼지갈비와 묵은지,

버섯이 지글지글 타오른다.


젓가락들, 곧 졸갑증을 해소할 것이다.






*. 검은 비늘버섯  식용입니다.  느릅나무에 잘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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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버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다시금 버섯애 대한 것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너무 빈약한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유효하고 박식한 지식에  놀랐습니다.

onexer 시인님!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엔 영상인식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이미지를 구글이나 네이버에
올리면 유사 이미지로 식물이나 곤충 균류를 어느정도 추적 파악할 수 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모르는 나무 잎이나 사진 가져와 그것의 정체를 밝히는
방법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그러던 찰라 "모야모" 라는 스맛폰 앱이 나왔는데,
강원도 골짜기에서 생판 모르는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면 신통방통하게 1분도
안걸려서  "어수리~!" , "눈개승마!",  "노루삼", "독활" ......세상에~~^^ 이렇게
빨리 찾아내다니~!!! 그것도 거의 정답이었죠...저는 감격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야모 앱 대표님하고도 통화를 하며 이 컨텐츠를 확장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모야모 앱에 활동하시는 (아이리스) 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인간AI)
우리나라 최고의 식물판독가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도 그 앱을 쓰고
있고 아이리스님도 계속 활동하시는데, 이후 AI인식이 출현하여 앞일은 예측불가로
여겨집니다.  그 앱에서 전 재미를 느껴 집 밖으로...농로를 지나 ....뚝방길을 걸으며
뽀리뱅이 지칭개  쉽싸리 물레나물 바랭이 뚱딴지 삼백초 컴프리 미국미역취 미국쥐손이풀
서양벌노랑이 큰금계국 살갈퀴 갈퀴나물 산괴불주머니 사광이풀 보리사초 들콩 까마중
가시상추 방가지똥 큰방가지똥 붉은서나물 애기똥풀 쇠별꽃 비단풀 마디풀 명아주 ..
며늘리밑씻개 자귀풀 여뀌.뚝새풀.유럽점나도나물..이게 처음에는 흥미없다가~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더니
그 때부터 친구들의 카톡사진이 날아오며 "이거 뭐꼬?"  "산수유" 알려줬더니.....담부터
게속 까똑^  까똑^ 어느날 제가 모야모 앱을 몸으로 땜빵 하면서 ....친구들 궁금을 풀어주니...  히햐~~에 신이
나고..저는 어느날  제 주변  잡초정도는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암기하고 돌아서면 잊어먹고 또 암기하고...잊어먹고...수많은 반복속에 완전한 기억으로
자리잡기까지..디카의 역할이 컷습니다. 버섯은 방송에서 그 위험성을 강조하다보니
우리 주변 살아있는 버드나무나 느릅나무에 잘 붙는 느타리와 검은비늘버섯(화려해서독버섯으로오해)
들이 흔하게 자라는데, 누군가 가져가지 않고 보존됩니다. 
오래된 이야기로, 저희 업체와 대학교와 산학컨소시엄 협력사업이 있었는데, 두 명의 학생이 저희
공장에 와서 담당교수님이 아주 엄하게 과제를 지시했는데, "너희들은 여기에서 배우는거 하루면 된다."
"그 대신 문 앞의 벽오동나무 부터 이 곳 주위 은수원사시나무부터 알아야돼~! ...?? ㄱ,리거... 산딸기
많은 곳 데려가 푸짐하게 먹고...자연을...이야기 ....새로운 경험 해줬더니.....애들이 어찌나..즐거워 하던지....
해맑게 깔깔거리던 것. 저편의 추억으로...그 학생들도 기억하리라 생각합니다.
흙을 밟으면 순해집니다.  왜 그런지는 모릅니다. 
사물의 암기는  "너의 정확한 이름을 불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저의 반려견 "포커~!" 부르면 어디선가 바로 달려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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