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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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에서
을숙도 앞 바다에 서면 삶의 끝이 선명히 보인다.
강원의 너덜샘에서부터 흘러온 길었던 여정을
기다리고 있는 바다는 삶 이후의 삶이다.
갈대 군락들과 통통배와 작은 섬들
그리고 그들에게로 갈매기들 데리고 오는 바람.
가끔 바람과 함께 갈대숲에 서면
강물의 표정이 환하게 보인다.
용원 지나 주물공단 가는 어귀
일제히 강의 윤슬 위로 뛰어오르던 메기 떼
어쩌면 강의 일체 투지 같았던 그들을 생각하며
나는 삶의 하구까지 흘러왔다.
알 수 없는 흙의 가슴팍을 후벼파고
사연 품은 돌멩이들의 뺨을 만지고
군데군데 찢겨진 통나무의 추억을 넘으며
때론 자기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회귀를 뒤로하고
흐르고, 흐르고, 흐르고, 또 흐, 르, 고.
그리고 모든 쉼표들을 서서히 지우며
살아온 날들 떠오른다.
언젠가 상류를 찾아 돌아가버린 이파리, 뼈다귀들
그들을 싣고 전속력으로 도망하던 유람선
그렇게 서로 어긋나던 세월 떠오른다.
그러나,
아픔 집어삼킨 강의 얼굴을 비추던 햇살이야
상실의 낡은 몸을 어루만지던 파도야
강의 마침표처럼 서 있던 섬이야
너흰, 여전하겠지.
바람과 손잡고 강의 목덜미를 쓰다듬던 갈대밭에,
오래 기다려 강의 마음을 마중하던 바다의 마음에,
기대어
서서
내 남은 마지막 흐름을 생각한다.
그러니 이젠 안녕
내 속에서 고개 들던 불안들아.
에메랄드빛 늑골 속에서 유영하던 골목들아.
을숙도 앞 삶의 하구둑에 서 있으면
생 다음의 생이,
노을과 함께 너덜샘의 꿈을 마중하는 게 보인다.
댓글목록
onexer님의 댓글
하단 신평 장림 그리고 무지개마을
지금은 사라진 갈대 밀림과 엄청난 군무의 철새들
해질녘 구평 뒷산 봉화산 올라 빨갛게 부푼 세계 최고 큰
태양 최고 큰 강 바라봤던 그 때...장림 본동 마을은 온통 갈대로
엮은 초가집 군락...그 끈 이어져 동문회 되고... 되돌이간 학창시기...사자등
건너가 철새들 알 머리 던져 터주던 깔깔깔 친구들 꿈엔들 잊힐리야
낙동강 하구에 잠시 어릴적으로 리턴합니다. 너덜길 시인님~ ^^ 건강하세요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부산에 살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출퇴근 때마다 보는 풍경이지만,
처음으로 시를 지어봤습니다.
어렵습니다.
강에게 미안하군요.
늘 건강하십시오.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처음 시를 몰고 가시는 추진력이 놀랍습니다.
저는 살면서 낙동강이 말랐던 적을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낙동강이 태평양을 만나는
웅장함 너덜길 시인님의 스케일에 강렬한 윤슬로
다시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콩트님의 댓글
무더위 잘 극복하고 계신가요?ㅎ
시인님께서 주신 쉼표 같은 행간에 등 기대고 서서
예리하게 잘려나간 수평선을 바라보며
제 심중에 고인 추깃물을 조금씩 흘려보냅니다.
시원한 하루 보내십시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예 감사합니다.
늘 콩트님의 시편들은 잘 읽고 있습니다.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무더운 날에 잘 지내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