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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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목이 짧은 가을이 쉰 목소리로 아직 지하실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름이 노여워한다. 까마귀의 단단한 부리가
벽을 탁! 탁! 친다. 습기 차 오른 숨을 한번 고른다. 紫霞구름이 쇠사슬 빼곡히 지하실 바닥에 깔린다. 언젠가 무대에 오를 것이다.
왜 목소리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가장 낮은 바닥에서 황홀하라고? 혹은,
차가운 가을비를 뼛속까지 맞아야 하나? 너는 네 폐 속에 존재하는 낙엽의 세포들을 헤아리고 있나? 죽어가는 침대에 누워 창 밖 멀리 금빛 솟아 오르는 탑을 본 적 있는가? 늘 얼굴 가리고 있는 삼차원의 혈흔이,
비참한 生動을 이만 목소리 바깥으로 밀어내라고 하나?
바깥으로 나아가,
사람 한 명만큼 내려오는 계단이 음침하게
우는 소리.
그리고,
시가 있었다. 네가 가고, 가을이 온다. 음습한 계단은 반투명한 날개들 부비며 널 투과하여
가을의 神話를 노래할 것이다. 출렁거리는 배를 밀어. 바람이 몇 가닥 네 얼굴에서
쓸려 간 자리. 길게......하늘거리는 청록빛 해초들을 헤앗고......담즙 고여오는 떫은 글자들 사이로......너는,
네가 시가 되어버린 줄 아는가? 부서져도 좋을, 부르다가 내가 죽을, 그런 바람이
찬란한 불기둥과 섞여 폐가 터지도록
터지도록 나는 한 시절을 격류로 울겠다. 그 조그만 이쁜 입을,
영롱한 비취로 가득 채워줄까? 황홀한 독약으로 입 안을 까맣게 태워줄까?
너는 벽에 머리를 박고 산산이 깨어져라! 안개 서린 파편마다 시가 될 것이니......바닥에 떨어지는 단추. 멀어지는
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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