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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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2부 / 김재철
통합병원에 입원한 내게 동그랗게 예쁜 김밥을 싸 들고
먼 길 달려온 그녀, 살며시 미소를 지어 날 위로해주었다.
영등포역을 떠난 TMO 열차, 수원, 천안, 대전을 지나
긴 선로 끝에 닿았을 때 휴가는 실감나고 미주알고주알 수다
“이전에 우리 만날 때 엄마가 널 보고 싶어 해서
몰래 근처에서 널 보았어.”
“엄마가 뭐래?”
“멀리서 보시곤,
네가 참 어울린다 하셨어.”
그 순간,
나는 이미 우리의 미래를 꿈꾸었다.
호프집에 앉아 잔을 부딪히고 맞잡은 손에
헤어짐의 아쉬움이 고여 있었다.
허전한 발걸음, 역 앞 포장마차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냄비우동을 시킨다.
반쯤 남겼을 때, 헌병이 목 뒤 옷깃을 잡는다.
“마저 먹어라.”
정복 대신 전투복 차림,
투철한 요원의 손길은 차갑고
광장 위 시간은 흉포하게 뒤집혔다.
밤 열두 시, 격투는 번개처럼 벌어지고
잠에서 깬 추리닝 차림 헌병들, 무성영화의 그림자처럼 날아다닌다.
퍽~!
뒷목에 스민 둔탁한 통증, 눈을 떴을 때
나는 수갑이 뒤로 채워진 채 철창 안에 있었다.
옷에서는 피 냄새가 진동했다.
관할 대장이 오고 어머니가 불려왔다.
전역 보름 남은 병장의 상처, 붕대 감은 헌병과 결국 화해를 시켰다.
“너도 잘못, 나도 잘못.” 결론은 단순했고,
그 자리에서 어머니와 여친은 처음 만나 낯선 인사를 나누었다.
시간은 흘러, 올림픽 끝난 다음 해 봄.
전역원서가 누락되어 한 달 늦게 전역을 하고,
드디어 아버님께 그녀를 소개하려 한 날.
약속한 종착역. 1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고, 2시간을 기다려도
끝내 그녀는 오지 않았다.
“왜 그랬어.”
애타게 묻는 내게 그녀는 말했다.
“너에게 가려고 열차를 탔어.”... “그 짧은 순간, 나는 네 아내가 되리라
생각했어.” “하지만, 그때 울분을 못 참고 폭력적이던 널 보았던 사건
그 기억이 남아 좀 더 신중하고자 이전 역에서 내렸어.”
그랬다.
그녀는 깊이, 아주 깊이. 결혼해야 할 사람을 한 치의 불행도 없이 맞이하려
신중히 미래를 설계하던 지혜로운 여성이었다.
그 후, 그녀는 내가 보냈던 편지를 꺼내며 조용히 말했다.
“그날 도중에 내린 일을 미안하게 생각해.
너의 본심은 그렇게 폭력적이진 않을 거라 나는 믿는다.”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나는 그 용서를 외면했다.
어처구니 없이, 그렇게.
첫사랑은 끝났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사랑의 충만성에 싸움이 결여성을 제공하였다니 불운을 다스려야 하게 되었네요
홀로가 될 때와 서로가 될 때의 가치 구도를 살펴야 한 젊음 패기의 도약이었네요
충만한 삶에 같이함을 이입하는 것도 인생 여정의 큰 맥락이 되곤 합니다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인생 여정의 이정표가 바뀌었습니다.
전역 보름 남겨둔 헌병이 하필 왜 그날 그자리 나와 마주쳤는지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참지 못하고 피 불렀는지
그녀가 밤 열차안에서 그 사건이 왜 하필 그 시간에 떠올랐는지
이전 기차역이 없어 직통이었다면 ...하나 하나 다 운명 바꾸는
요소들입니다.
tang 시인님~^^
tang님의 댓글의 댓글
자기가 자기로서 해야 할 일 후에 남아도는 역량의 발휘가 어떻게 되나 하는 것도 고려 대상입니다
존엄이 만드는 절대의 가치에 엉기면서 모든 일이 후처리 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명은 보통 절대의 가치와의 충돌이 야기할 듯 합니다
요즈음 행복 충만으로 살 수 있게 되면서 운명을 되돌릴 수 있는지 아니면 절대의 가치로 살아야 한다고 패러다임을 바꿀지도 고려 대상입니다
힐링링님의 댓글
젊은 날의 추억보다 아름다운 순간은 없을 것입니다.
한 편의 스릴 넘치는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았고 꿈도 많았고
그리움도 많았던 그날들이
오늘 따라 흑백 영화 한 편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onexer 시인님!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 부대에 이름이 외자인 상병이 있었어요. 같은 주특기 병과로
철모 안과 작업모에도 애인의 이름을 새기고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면
아르헨티나로 이민간 그녀의 이야기는 말 그데로 한 편의 소설이었습니다.
지구 반대편까지 멀어진 애닮은 마음은 주기적으로 오는 편지
그러다가 그 여친이 도저히 못참고 부대에 면회를 왔습니다. 그 먼길을
전우들은 그녀가 다가오는 길목에 서서 박수를 쳐 줬고 밝은 원피스를
입고 위병소를 통과한 이후 그 모든 시선들을 잠 재우고 면회실 밖
공터에서 껴안으며 포옹하는 일체감은 영화로도 만들 수 없는 감동을
부대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인연들이 이어져 바람직하게 맺어지고 2세가 태어나면
부모의 아름다운 결실 자랑스런 가보가 되고 우리가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랑 에너지 확장되어 만사가 긍정적으로 활기찾는 것
사랑의 힘은 우주를 넘나듭니다.
힐링 시인님~ !
미소님의 댓글
아이구! 상처와 붕대....용서 외면.....
대부분 첫사랑의 운명은 이별이라던데 그게 이유였을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까
그립습니까
후회하십니까
그래서 더 이름답게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지난날을 떠올려 봤네요
풋풋했던 시절의 같은 반 그 잘생겼던 남학생을...ㅎㅎ
onexer님의 댓글
미소 시인님께서 들리셨군요^^
풋풋했던 시절 같은 반 미남형 남학생을 <TV는 사랑을 싣고>
방송처럼 다시 만난다면 어떤 몸짓과 말이 나올까요
눈길을 보냈나요 하기야 당시는 여학생이 왈가닥이 아니고서야
분위기가 하트 시그널을 보내지 못했겠지요. 추억이 떠오를 땐
글을 써서 표출하는게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곳 시마을에서 표현되는 시인님들의 눈에 띄는 표현들을
발췌하여 A4용지 앞뒤로 빼곡히 채워 코팅하고 이곳 저곳 아무데서나
마음내키면 볼 수 있게 걸어놓으려고 계획중인데 현재 프로젝트가
벅차서 차분하게 앉아서 시인님들의 글들을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표현은 응용성이 많아서 유용할 것 같습니다. 미소 시인님 께서도
기도와 함께 상기 방법을 활용하여 보는 것도 글이 보다 부드러워지고
뻗어나가는 이음도 탄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사료됩니다.
상기 방법은 발명에서 긴요한 방법입니다. 그것은 세가지의 행함으로
나타납니다.
1.<행임> 행동에 임하다 ; 따라하기 입니다.
2.<지임>뜻을 이해하기 입니다 ; 이것은 매우 광범위한 것입니다
발명에서 지구 각 나라 뒤져서 이전의 유사한 지식의 유무를
인지하는 것입니다.
3.<배임>배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기 2번을 인지하지 못하면
50년 전, 100년 전 누군가 시도하였던 똑같은 시도를 하는
창의적 나의 기술로 노력하지만 반복하는 겹치기가 됩니다. 배반의 기술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누군가를 따라하는 상기 1의
단계와 같습니다.
어쩌다가 또 샛길로 빠졌군요.
하여, 타인의 기술을 알아야만 그걸 가져와 나의 기술이 되는
응용 배반의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것입니다.
열심히 하고 아하~! 이건 나만의 것이다 하며 누가봐도 걸작이
나올 때 그건 창작입니다. ONLY MINE !
수퍼스톰 시인님을 대표 예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산만하여 글을 써놓고 저도 헷갈리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멀티테스킹 비슷한데 글을 쓰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버릇이 있어요. 죄송합니다. 그래서 차타고 집을 지나쳐서
한참 돌아가곤 합니다.
미소 시인님~^^ 글에 백목련 향 짙게 품기를 기도합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사려 깊으신 분 같았는데 참 아쉽게 끝났네요.
부부의 연으로는 닿지 못할 운명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살아오시면서 표현은 대놓고 못해도
이따금 고운 추억으로 감춰둔 사랑이 아지랑이 처럼 피어오르겠지요.
저도 그러니까요.
행복한 한 주간 엮어가십시오. 감사합니다.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아버님의 첫 며느리에 대한 기대감
그날 잠을 못 이루셨을 겁니다.
친한 친구와 함께 역 출구에서 가슴 졸이며 기다리다
찾아오는 온갖 생각 그리고 친구의 걱정하는 맘
많은 편지속 주고받은 믿음과 신뢰가 쌓여
그런 사건 하나가 몰고온 파장
이런 여러가지 등이 뭉뚱거려져 젊은 혈기에
언성을 높여 소나기로 퍼 부어버렸던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여친 부모님이 안정된 가족으로 교제기간 중 단 한 번도
날카로운 음의 굴곡을 듣지 못했구요.
하필이면 피교육을 연달아 마치고 신병훈련소 훈련을 받듯
용수철 응력이 내장된 상태에서 곧 바로 휴가를 나가
조건반사식 응징이 바로 튀어나와 버린 것입니다.
음식을 먹으면 개도 안 건드린다 하는데 뒤 옷을 잡고
반 정도 남은 우동이 있는 상태에서 일이 확산된...
헌병 병장의 눈 위 부분이 16바늘을 꿰맨 자칫 실명
할뻔한 위험한 상태로 군사재판까지 받을 수 있는...천만다행이었죠.
그 친구에게 지금도 미안하구요. 키가 꽤 컷어요 185 이상으로.
자신이 왜 당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저의 패기를 간과한..
헌병대장은 너의 진급에 문제있으니 합의를 보면 부대복귀를
한다고 선처를 하였고 어머니가 간곡히 빈 효과도 컷어요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 트리거는 3,500cc 마셨던 호프였습니다.
제가 담배 술을 못합니다. 모든게 뒤엉켜
첫사랑은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아쉽고 미안하고 그립고...
인간인지라..지금은 아닙니다. 그녀도 행복한 가정 이루고
잘 살겁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