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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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뒷모습이 멀어지고부터
어깨를 누르는 햇살의 무게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의 서문 같은 바람도
스스로 망가진 것들의 내부처럼
한동안 낯설게 나를 건넜다
너의 말 없는 말이 내 살에 닿기까지 무수히 많은 내 몸의 자물쇠를 풀었다
몸에서 너울성 파도가 일어설 때마다 모멸이라는 이름을 지웠다
나는 출구가 없는 바다를 원했고
바닷속에서 말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무덤 속 벽화에 들어있는 고대인 같은 표정으로
말에 색깔을 입힐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벽화의 침묵을 들여다보아야 귀가 열린다는 등식을 스스로 굳혀갔다
무거운 부력을 가졌던 허기진 부리,
말의 부리가 자라 내 몸속으로 파고 든 적 있다
한때 바람의 무늬를 기억하는 검은 바위에 부리를 갈고 야누스의 문을 들락거리며
지루한 싸움을 반복했다
세상에 표류하는 내 말의 연대기가 가라앉으려면
몇 번의 가을을 더 길어 올려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른다
입속에서 파도치는 너의 이름,
이안류에 감긴 내가 멀어지고 있다.
댓글목록
onexer님의 댓글
비밀의 문을 이안류를 통해 풀어내시는 것은 깊은 배려로 생각됩니다.
시인님의 시 속 바다는 사랑을 품었다가 내보내는 사랑의 물결입니다.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도 잊혀지지 않는 그 이름
당신의 침묵이 무엇인지 알기까지 온 정성을 쏟았고 그 과정에서 인내...
격정의 시기가 거기가 아니었나 봅니다. 무던히도 노력했었는데
연이어 밀려오는 파도처럼
가벼움도 때론 바람에 가속되어 상처를 남기는 위험과 그보다 더 큰
위험에 요소들이 다가올 때 감수성 남다르신 시인님의 상처가 얼마나
컷을까요. 바다는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사무치게 사랑했노라~
슬프네요. 근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의 이름
이안류에 감긴 내가 멀어지고 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군대 전역 후 오래전에 헤어진 이름,
관계 단절로 한 때 출구를 찾지 못해 이안류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힘들게 나왔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내면의 파도에 휩쓸린 자국은 남는가 봅니다.
아련한 추억으로 묻어두고 삽니다.
행복한 주말 빚으십시오. onexer 시인님.
힐링링님의 댓글
다면체적인 의미를 부여 하고 있어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결론을 지어야 할지 모를 만큼
복합의 뜻을 내면에 담고 있어
일종의 혼선을 빚을소지를 안고 있지만...........
이안류 이 물길을 계속 따라가면 처음과 끝이 가장 명확해지는
속뜻이 전달 됩니다.
그만큼 현대시의 다면체가 가진 의미는 그만큼 풀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다는 것을 시사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인님은 이런 것을 폭넓고 담아 보고자 하는 시각이 무엇인지
짚어내는 지점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무덤 속 벽화 속에 들어 있는 고대인 같은 표정으로
말에 색깔을 입힐 수 있었다
이렇게 표현함으로 다면체성의 깊이를 확장 시켜 놓고 있기에
처음과 끝이 비로소 명확해지는 이 지점에서 만나는 것을 봅니다.
세상에 표류하는 내 말의 연대를 가라 앉히려면
몇 번의 가을을 길어 올려야만이 아직도 잘 모른다
내 말의 연대는 이 세상에서 표류를 어떻게 이끌고가야 할지를
현대인의 내적 고뇌를 극적으로 표현함으로
이 내적인 고백이 시인님의 이안류를
비로소 체험의 통로 삼을 수 있을 있습니다.
멀리에서 큰 박수를 보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이제는 헤어짐의 고통을 다지고 나니 단단해 졌는데
이따금 떠오르는 이름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내면의 고통을 통한 자아 성찰과 상처의 회복 과정을 서툴게 그려 보았습니다.
아내도 모르는 비밀입니다.
다각도로 저의 심중을 헤아려 주신 힐링시인님, 감사합니다.
미소님의 댓글
이별 후의 상실감과 내면의 변화...
이별에 대한 복합적인 내면을 담아내셨을까요?
이별의 아픔과 동시에 그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긴 투쟁...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안류에 휩쓸려가는...오늘
오늘도 힘겹게 열심히 제 나름대로 감상하고 갑니다 - -;;
좋은 날 되시고요
수퍼스톰님의 댓글
맞습니다.
결혼 전 일, 아내도 모르는 저만의 숨겨둔 비밀인데
헤어짐, 상실감으로 한동안 해무가 짙은 바다에 표류했었습니다.
당시의 혼란과 방황의 시간, 그리고 회복과정을 이안류라는 메타포를 통해
그려보았습니다. 강산이 여러 번 변했어도
함께 했던 장소를 지나거나, 방문했던 지명이 tv나 책에서 나오면
그 이름이 아직도 아지랑이처럼 피어납니다.
행복한 주말되십시오. 미소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