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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링 시인님의 근래 모음 글 남깁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240회 작성일 25-09-24 14:37

본문

시마을 서버에 백업 자료가 혹시 없을까 싶어 올립니다

제가 힐링링 시인님과 심야에 글을 쓰는 자로서 올라오는 자료에서

순간적 이상한 어둠 다가오는 느낌.. 묘 했었습니다.

영혼의 글이란 무엇일가요.  삶의 출구에서 나오는 절규..소리

설마설마 하다 밝혔습니다.

잘못된 판단이라면 좋겠습니다.


힐링링 시인님과 선을 이어주다 어디선가 끊겨버린 선이 이어진다면 그 아픔 저와같이 뻔뻔하게 드러내놨어야지

하며 말하고 싶습니다.



양파 부처 /힐링링

 

 

죽어라 지독하게 버티던 여름이 꼬리를 내리고 있다

볕수 있나 지까짓 버티기고 오지랖을 떨어도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을 죽어라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이

귀뚜라미를 먼저 보내고 녹장을 부려도 오고 마는 것을

우리 생도 지키지도 못나고 복쪼가리 없어

허구헛날 밑바닥의 생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밤이면

아무데나 등만 기대면 코를 골고 세상을 떠메고 가도 모를 만큼

근심걱정 더 잊는다

제 홀로 잘난 이를 조금 가졌다고 싶으면

우쭐거리는 이를 죽어라고 소리쳐도 속은 반댕이 속이고

까불던 빈털터리 주제에

신을 압도할만큼 강한 이들도 아니면서 저렇게들 큰소리쳤다

죽어라 팔자타령을 해도 팔자가 바꿔지지 않아도

품고 사는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자 가을 마음이라는 것을 알까

조금 잘나간다 싶으면 나대고 목청을 높여도

우리 모두가 거기가 거기인 한 뼘 인생이었다

양파부처를 만나보았는가 저렇게 땡볕에 이파리가

축 쳐저 누워 있는 것이 수상쩍해 물으니

죽음이 다가왔음을 선포하는 날이라 하지 않던가

서둘러 땅 속 깊이 알이 굵은 양파를 캐내어

까도까도 끝이 보이지 않고 눈물을 빼게하는

양파부처가 죽음을 영원한 자비로운 눈물로

바꿔놓은 것을 설파한들 깨달은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눈에서 눈물 깨나 쏟아내고 산다면 양파부처가 아니겠는가

 

2025, 09, 03

 

 

가을을 입 안 가득 깨물고 /힐링링

 

 

가을을 입 안 가득 깨물고 밤새워

귀뚜라미 그대 울고 계시나

시끄럽다 소리치고 싶다가도 다시금 침묵으로 뒤돌아 서서

가만 귀를 열고 듣고 있으면 가을을 들고 와

저렇게 모두가 합창하는데 우린 비록 동참을 못할망정

방해만은 자제하고 싶었다

잔인하리만큼 살인빛 무더위 속에 뒤척거릴 때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는데 우리를 위해서 가을을 입에 물고 저렇게

합창하고 있는데 함께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그대가 머물고 있는 풀잎이란 그 둥지에서 그대가

입 안에 가득 깨물고 부르고 있는 그 가을을 우리 모두가

더 크게 불러야 하는데

거저 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대의 수고로움으로

옮겨지는 것을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가을 너머 지펴지는 시간을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닌

그대의 헌신으로 이뤄진 흔적마저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다 미물이 한 그대의 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이 가을을 전해주고

흔적도 없이 지워질 그대들 무덤도 없이 잊혀져 갈 것이다

태양을 앞서가는 그대들의 노래로 써내려가는

가을의 문장은 아름다운데 그대의 이름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대의 목청으로 가장 깨끗하게 문질러 씻어주는 이 가을

우리 입안에 가득 깨물어 보면 우리가 우주가 되는데

귀뚜라미 그대는 이별 너머 잊혀지는 무명의 어둠 되어

그렇게 부재로 남는가

 

2025, 09, 05

 

 

 

 

채색이 빠져나간 이 계절의 내막 /힐링링

 

저토록 푸름 하나 둘씩 물기를 걷어 들이고

빠져 나간 자리에는 어떤 채색으로 남을까 핫독하리만큼

열기로 채워진 땅 위에서 저 푸름 하나로 버팅기며

대지를 풍요로 채워 놓고 떠날 채비를 하시든가 폭우와

가문의 목마름에도 중심축을 잃어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남겨진 것은 어떤 채색으로 이 계절의 내막을 장식하려

하는가 다람쥐로부터 모든 짐승들을 책임지는 어미의 마음

엄동설한에도 짐승들은 굶어 죽지 않게 땅 속 깊은

곳에 그들이 거처를 마련하고 살아남아 생존케 하고

사람이 사는 동네에서 연기가 하늘로 오르던

저녁 풍경은 지상에서 또 하나의 작은 천국이었다

지금은 그런 연기조차 볼 수 없어진

정다움까지 지워가고 이웃마저 먼 타인인 세상

저토록 푸름은 이런 세상에게 돌려줘야 할 채색이 있어

하루 하루 제 몸을 걷어내고 있다

나무마다 매달고 있는 열매들

땅 속에서 굳어져 가는 알맹이들

온 세상이 냉기 속에 팽겨쳐 놓아도 살아

숨쉬는 것을 위해서 모든 것을 돌려주고자 움직이는

고귀함의 앞에 서게 하는 이 계절

지친 이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받쳐줄

단풍의 길이 저 멀리에서 소리 없이 일고 있음을

고요한 눈빛으로 미리 지켜보게 한다

 

 

2025, 09, 07

 

 

가을은 어디에서 오는가 / 힐링링

 

가을은 태양이 제 몸에서 떼어놓고 간 한 조각인 것을

뜨거운 불덩어리에서 떼어 놓은 이 조각이

머무는 곳에서 가을 바람이 시작된다

이 바람이 스쳐가는 자리마다 막힌 지상의 숨구멍이 열리고

지친 모두가 하늘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신과 먼 사람들도 가을에는 신과 만난다

가을 바람이 불러주는 목소리에 대답하고 싶어진다

자기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싶은데

꿈을 향해서 달려가면서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신과 마주하게 하는 가을 속에서 묻고 싶은 것이

한 가지가 아니다 여름이 스쳐간 곳에서 잎새들은 사람들처럼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운명을 내리고 있었다

한없이 아름다우면서 고난의 빛이 가슴에서 스며들어 와

두 눈을 감게 한다 몸 속에 있는 영혼이 소리 없는

움직임을 통해서 잠시나 지구에서 머물다 간 우리 가 누군지

묻고 있다 바람을 불고 불면서 길을 걷게 한다

가족과 하나이면서 또한 모든 것과 하나이면서

결국 혼자가 되게 하는 가을 바람이 된다

사람과 만남의 부와 명성들이 우리를 품고 있었지만

외피였던 것을 응시하게 한다

태양이 제 몸에서 떼어 놓고 간 가을과 같은

이 끝에 누구나 다다르게 한다

 

202509, 08

 

 

허공의 악기 / 힐링링

 

귀뚜라미는 제 몸으로 가을 연주를 한다

그보다 먼저 허공의 악기를 튕겨낸다는 것을 알까

작은 몸짓들 하나하나가 파장을 더해 갈 때

밤하늘은 온통 귀뚜라미 연주뿐이었다

먼 곳에 나서지 않아도 창문을 열면 밀려오는

이 연주의 감미로움이 마음을 다 가져 간다

시퍼런 젊음을 가진 이들은 그 자체가 악보였다

귀뚜라미가 연주를 해주기를 기다려 온지 모른다

가슴이 뜨거워 잠시 잠깐도 가만 앉아 있지보다

가락에 맞춰 움직이고 싶어졌다

알 수 없는 목마름에 타기에 풀어헤쳐 숨을 쉬고 싶어졌다

가을에는 누구나 가슴 속의 악기였다

밤새워 가을을 연주하는 귀뚜라미처럼

허공을 튕겨 땅끝까지 가락으로 채우고 싶어 했다

가을 밤하늘은 시름 하나까지 아름답게 울려 퍼져갔다

가장 먼저 박수를 보내는 건 잎새들을 보시라

제 몸들이 절절에 따라

온갖 물결의 출렁거림을 보아라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슴으로 못다 했던

말들을 밤새워 허공의 악기로 연주하듯

생의 아픔이 깊어가는 이들도

저렇게 허공 전체를 찬란하게 덮고 있었다

 

202509, 09

 

 가을은 바람의 경전   / 힐링링

 

가을은 바람의 경전 한 페이지를 / 힐링링

가을은 바람의 경전 한 페이지를 남기고 있다

세상이 기록해 놓은 경전은 천만 번 읽고 있어도

도통 그 말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평생 동안 터득조차 되지 않는 채 그렇게 살다 떠나봤자

우리 또한 그렇게 살다 가야하는 운명이었다

수행에 갈아 넣어도 부족함으로 한 평생을

이고 지고 이 가을 낙엽처럼 지는 것을

지금은 이 경전의 한 페이지지만 남겨도

세상 바깥까지 환하게 열렸다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고뇌의 구슬을 단숨에 끼어 내민다

후끈거렸던 열기 속에 팽개쳐진 우리들의 자화상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던 무덤가를 홀로 지키는

묘석처럼 외로움에 지치고 외로움에 짓눌려

기다림으로 살아왔지만

이 경전을 펼쳐 보이며 숨결을 불어 넣고 있다

우린 며칠 전까지 땅이란 감옥에 수감 되어 있었다

이 땅이란 감옥 밖으로 나오게 하는 이 경전은

우리가 땅을 밟고 걷고 있는데 하늘의 별들과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

 

2025, 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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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onexer 시인님
다시 뵐 수 있어서 너무 반갑고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의 말씀에 상처받지 마시고
심연서 끓는 시인님 시의 향기를 창작방에 조용히 발라 주십시오.
좋은 의미로 또 선의로 댓글을 달아 드렸는데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도 계시다는 걸 염두에 두시고 시인님께서 댓글을 달아 드리고 싶은 분들께만 드리는 것도
상처를 받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힐링시인님과 주고 받은 정서의 교류를 통해 제가 힐링시인님께 받은 위안과 용기와 희망이
너무 커서 지금도 마음 한구석 텅 빈 것 같아 너무 허전합니다.
오랜 기간 힐링시인님께서 시로 창작방의 하루를 제일 먼저 열어 주셨는데...
지금은 그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너무 섭섭합니다.
힐링시인님께서 받으신 고통의 무게를 저도 느껴보며
onexer시인님께서 올려주신 힐링시인님의 시를 몇 번이고 읽어 보겠습니다.
다시 오셔서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onexer 시인님.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디를 가든 전면 바람 맞으며 오지랖 떨면서 요절복통 
발명이라는 모임 갔더니 나보다 더한 사람들 큰소리에 기가 질려 
입 기능은 오로지 먹는데만 집중했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ENTP형은 제 할말만 하다가 타인의 고려를 못하고 실수를 자주
범하는 것이 단점이라고 나와있는데..제가 많이 개선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여러말보다 밴치 시로 갈음하겠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정민기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힐링링 님으로부터 개인적인 고통의 이야기를 댓글로 듣기는 했습니다.
갑자기 발길을 뚝! 끊으셔서 며칠 전부터 걱정스러운 참이었습니다.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9월 21일 수퍼스톰 시인님 글 <이름을 접는 사람들> 올라오자
다른 분들도 다 알고 계신줄 알았는데, 제만 혼자 딴생각 했었습니다.
저와 항상 주고 받는 댓글 리듬의 끊김 너무 불길했습니다. 앗차
그리고 이전글 다시 모아보니 영혼이 나오는 표현 많아지고....뭉크(화가)의 비명 지르는 절규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정민기09 시인님 ~!

탱크님의 댓글

profile_image 탱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힐링님 시인님 어딘가에서라도 크게 환영받으실 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탱크 시인님 힐링링 시인님께서 자세히는 모르나 억울한 판결을 받았다면
상황을 주변에 알리고 잘못된 것을 조모조목 냉철한 논리로 뒤집는 일인데
이런 과정이 순백색의 시인님께서 모드변경이 어렵다면 도움 SOS 요청을 하셧다면...
안타낍습니다.  탱크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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